폐암의 계절
국가에서는 54세 이상, 하루 한 갑 이상,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에게 폐암 검진을 시행한다. 우리 병원에서는 매년 약 천 명 정도가 검사를 받으며, 모든 결과 상담은 가장 먼저 내가 맡는다. 일반적으로 고위험군에서 폐암이 발견될 확률은 약 0.6%이므로, 나는 일 년에 대략 6명 정도의 폐암 환자를 진단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일주일 동안 무려 폐암이 의심되는 환자가 세 명이나 나왔다.
60대 남성 이정훈(가명) 씨는 폐에 4cm 크기의 혹이 있었고, CT 판독 결과는 4B로, 폐암이 강하게 의심되며 그 확률은 15% 이상으로 추정되었다. 여기까지는 영상의학과에서 내린 소견이었다. 이제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폐암일 가능성이 있지만, 감염이나 농양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둘 다일 수도 있고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니 호흡기 내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현재 상태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습니다. 조직 검사를 통해 모든 것이 결정되니, 미리 걱정하거나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에 대해 고민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나는 나만의 비기를 암 의심 환자에게 사용한다.
“핸드폰을 좀 빌려 주십시오.”
“핸드폰이요? 제 거요?”
“네. 제가 사진을 찍어 드릴 테니, 지인 중에 의사가 있으면 보여 주세요. 누구라도 정밀 검사를 하라고 할 겁니다.”
'암'이라는 단어를 들은 환자는 대부분 주변 지인 중에 의사를 찾아 의견을 구하려 한다. 병원에서 CT를 복사한 CD를 제공하지만, 의사에게는 CD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롭다. 그래서 나는 환자의 영상 검사 결과가 이상하면, 판독 소견뿐만 아니라 중요한 몇 장의 사진을 환자의 핸드폰으로 찍어 준다.
암 가능성을 들은 환자는 대부분 공황 상태에 빠진다. 내가 설명한 내용의 10%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호흡기 내과에서 암인지 염증인지 결정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러니 먼저 호흡기 내과부터 진료를 받으십시오. 그리고 암이든 아니든 담배는 꼭 끊으셔야 합니다. 기억해야 할 두 가지만 말씀드리죠."
첫째, 호흡기 내과. 둘째, 금연.
불확실한 삶 속에서 사람들은 O 아니면 X와 같은 100% 확실한 답을 원한다. 그러나 신이 아닌 인간인 의사는 그 어떤 것도 100% 확신할 수 없다. 검사를 권하고, 약을 처방하고, 수술을 제안하는 이유는 그것이 절대적으로 좋고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검사, 약, 수술에는 부작용과 단점이 존재한다. 안타깝지만 한 개인으로 봤을 때는 부작용이 효과보다 크거나 장점보다 단점이 큰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부작용보다 효과가, 단점보다 장점이 크기에 의사는 검사를 권하고, 약을 처방하며, 수술을 제안한다.
내가 폐암이 의심된다고 한 환자들 중 일부는 실제로 폐암이었고, 일부는 폐렴, 폐농양, 결핵 등의 염증이었다. 영상의학과 선생님과 내가 함께 고민했지만 틀리는 경우도 생긴다. 의사 또한 완벽하지 않다.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호흡기 내과와 병리과 선생님들은 이정훈 씨 폐에 있는 4cm 결절이 암일 가능성을 고민할 것이고, 만약 암이라면 흉부외과 선생님은 이정훈 씨가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정훈 씨 역시 금연을 통해, 최악의 경우 암이라 하더라도 생존 확률을 높여야 한다. 의사와 환자 모두 함께 하는 것이다.
인간은 불확실한 인생 속에서 좋은 확률을 높이고, 나쁜 확률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간다. 의사는 확신가가 아니라, 확률가다.
불행 중 다행으로 3명의 암 의심환자 중, 한 명은 다행히 진폐증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