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매수는 기술이고 매도는 예술이다.'
자산은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전망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을 사기로 결정하고 해당 종목에 투자금을 밀어 넣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매도는 정말 어렵습니다. 투자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는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손절했다가 주가가 다시 올라버릴까 걱정이 되고, 오르면 오르는 대로 수익 실현 후 내가 판 가격보다 더 올라서 후회하게 될까 고민이 됩니다. 주가의 방향과 관계없이 매도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투자자는 불안함을 느낍니다. 자산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변동성 높은 주식시장의 특성상, 결정에 대한 조급함마저 들기 때문에 매도를 판단하기는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사는 것이든 파는 것이든 똑같은 자산에 대한 결정인데도 매도가 더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매도가 매수보다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논리적 근거의 유무에 있습니다. 매수를 할 때에는 투자자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만의 판단 근거가 있습니다. 이익 성장, 아이템, 재무구조, 브랜드가치, 산업 동향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기업이 앞으로 더 큰 이익을 만들어내며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동의할 때에 투자자는 매수를 결정합니다. 즉, 매수를 했다는 것은 나름의 논리 구조를 바탕으로 한 투자 근거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판단 근거가 부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애초에 투자는 시작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매도를 할 때에는 이 논리적 근거가 없거나 부실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의 가치보다는 수익률에 집중한 나머지 논리적 근거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업 가치의 변화는 시간이 흘러 미래가 되어야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수익률은 내 계좌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미래의 일 보다는 곧바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현재의 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당장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수익에 집중을 빼앗기다 보니, 투자를 시작했던 이유가 수익률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이처럼 매도의 근거가 수익률이 되어버리면, 판단에 필요한 합리적인 기준이 사라져 버립니다. 팔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니 당연히 매도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투자자는 쉽게 매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보는 것이 좋습니다. 매도기준을 세우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처음에 자신이 해당 종목에 투자를 시작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됩니다. 그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이 바로 주식을 팔아야 하는 시점입니다. 투자의 근거가 반대의 상황으로 변하는 순간을 기준으로 매도를 결정하면 됩니다. 투자를 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으니, 역으로 투자를 정리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매도의 기준은 네 가지가 있습니다.
1. 기업의 펀더멘탈이 죽었을 때
주식 투자에서 펀더멘탈(Fundamental)이란 기업의 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적인 데이터를 말합니다. 매출 및 영업이익 감소, 재무상태 악화 등의 이유로 인해 기업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거나 역성장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투자를 해야 할 가장 큰 이유가 사라진 것입니다. 자연히 자산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2. 가격이 비쌀 때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더라도 그보다 가격이 빠르게 올라버렸다면 주가에 거품이 끼어있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고 해도 내재 가치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상황이라면, 단기간에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종목들의 경우 기업의 성장속도에 비해 가격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급등하는 경우가 있는데, 급하게 오른 만큼 조정이 크게 올 위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보유 주식 전체를 매도하는 것보다는 일부 매도 후 조정에 재매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고 하더라도 훌륭한 기업이라는 사실은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3. 더 좋은 자산을 찾았을 때
투자한 기업에 특별한 문제가 없더라도 매도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유한 종목보다 더 매력이 있는 종목을 찾았을 때가 그런 경우입니다. 매력의 요소는 높은 성장성일 수도, 저평가된 가격일 수도, 수요나 산업환경의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보유 종목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훨씬 더 투자 매력이 있는 종목이라고 판단된다면 기존의 투자를 정리하고 새로운 투자를 시작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더 위험한 종목으로 갈아타거나, 단순히 종목의 가격이 더 많이 빠졌다고 해서 섣불리 자산을 교체하는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투자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투자를 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4.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미로 찾기를 하다가 막다른 길을 만나게 되면 반드시 가던 길을 되돌아 나와야 합니다. 주식 투자에서도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입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저평가인 줄 알았던 가격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매우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것을 알았다던가, 산업 동향 또는 기업에 대한 분석이 잘못되었다던가,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악재가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리스크였다던가 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주로 투자의 흐름이 나의 예측 범위를 크게 벗어나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투자가 이런 상황에 놓여있다면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주식을 매도하여 더 이상 잘못된 방향으로 투자가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수를 외면하지 않고 빠르게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네 가지 기준 중에서 하나라도 충족이 되지 않는다면 보유한 주식의 매도를 고려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자가 가지고 있는 로직의 신뢰도가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매도에서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얼마나 벌었고 잃었느냐가 아닙니다. 기업의 가치는 투자자의 수익률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주가의 변동과 관계없이 투자를 시작할 때 떠올렸던 근거가 깨지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보유하면 됩니다. 사과나무를 심어놓고 꽤 많이 자랐다고 해서 사과나무를 자르거나 뽑아버리지는 않습니다. 나무를 잘라내야 하는 순간은 나무가 병들었거나, 더 이상 열매를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훨씬 더 많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찾았을 때입니다. 그런 시기가 오기 전까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잘 돌봐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입니다. 투자자는 의도치 않은 매도로 인한 후회를 만들지 않도록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후회 없는 매도를 하기 위해선 투자를 시작할 때 매도를 하는 시점까지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