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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 김선생 Oct 22. 2023

지금 당장 백만원으로 시작합시다

[경제적 자유를 찾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작년 어느 날,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생과 술 한 잔 할 일이 있었습니다. 서로 평소 대화를 별로 해본 적이 없는 터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했었는데, 대부분의 결혼 적령기 청년들끼리 하는 대화가 그렇듯 재테크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 주제 중 하나였죠.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동생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직 이렇다 할 투자는 해본 적이 없지만 직장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저축을 열심히 하고 있는 성실한 청년이었습니다. 혹시 주식 투자도 해본 적이 있냐는 나의 질문에 동생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 주식도 관심은 많이 갖고 있는데 그건 공부가 많이 필요하니까 나중에 충분히 공부하고 나서 잘할 수 있게 되면 그때 시작할 계획이에요"


주식 투자를 할 생각은 있으나 나중에 시작하겠다는 말에 저는 소액으로 지금 당장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했지만, 예상대로 돌아오는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이유는 '아직 공부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종종 보았던 모습이기에 그의 반응이 그리 생소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고 해주고 싶었던 말을 이내 거두었습니다. 도움이 되고 싶어 건네는 의견을 쓸데없는 간섭으로 만들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식을 배워보려고 하거나 이미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공부를 하는 동시에 소액으로 당장 시작해 보기를 권하곤 합니다. 공부를 하고 나서 시작하는 것보다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주식은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시장의 사이클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투자를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산 가격의 변동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가격을 보며 투자자는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변동성에 무뎌질 필요가 있는데, 그것을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그런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 자산의 가격이 변동하는 과정은 자산의 내재 가치를 중심으로 상승, 과열, 하락, 회복을 반복하는 사이클의 움직임을 보이는데, 빠르게 시장의 분위기가 변화하는 주식 시장을 통해 이 사이클을 경험하고 그 원리를 파악한다면 다른 자산에 투자를 할 때에도 도움이 됩니다.     


  부자와 빈자의 사이에는 '실패에 대한 민감도'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실패에 대한 민감도란 가지고 있는 부의 정도에 따라 실패가 주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한 번의 실패가 인생에 큰 영향을 주지만, 부자들에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똑같이 1억짜리 실패를 했다고 하더라도, 1억을 가진 사람에겐 전재산을 날린 커다란 실패이고 10억을 가진 사람에겐 그리 큰 실패가 아닙니다. 이러한 차이는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배우기 때문입니다. 부자에겐 실패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빈자에겐 그 기회가 적습니다. 여기서 오는 배움의 차이는 결국 성공의 가능성이 부자에게 흘러가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이런 차이를 아주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실패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도구입니다. 1주를 사든 1000주를 사든 같은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면 상승과 하락의 이유는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 원인은 투자 금액과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1억을 가진 투자자가 100만 원으로 주식을 한다면, 100번의 실패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100번의 실패 속에서 투자자는 실패의 원인을 생각해 보게 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투자의 성공률은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입니다. 100번이 투자를 배우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50만 원씩 투자하여 200번의 기회를 만들면 됩니다. 학창 시절 공부에 활용하던 오답노트처럼, 많은 실패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점차 실력을 키워나간다면 아무리 어리숙한 투자자라고 해도 훌륭한 투자자로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아직 자신의 투자 성향을 잘 모르는 투자자라면 더욱더 소액으로 접근이 가능한 주식을 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이 나의 성향에 맞지 않는 투자라면 안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그것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결국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을 굳이 완벽하게 공부를 했다고 생각할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뒤에야 알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적은 금액으로 시작해 보고 주식이 정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면 과감하게 털고 나오면 됩니다. 이 세상에는 주식 외에도 나의 돈을 불려줄 투자처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투자 세계에서는 지식의 습득보다 경험으로 쌓을 수 있는 배움이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공부만으로는 절대 좋은 투자자가 될 수 없습니다. 물에 들어가 본 적도 없는 사람이 책과 동영상으로 열심히 수영을 공부하고 자신이 헤엄을 칠 수 있다고 믿으며 물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헤엄치지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만 붙어서 위험을 더욱 초래할 뿐입니다. 수영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회원권을 끊고 직접 물속에 들어가 물에서 숨 쉬는 방법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코에 물도 들어가 보고 엉성한 자세로 이상하게 헤엄쳐보기도 하며 실력을 쌓아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타고난 천재가 아닙니다. 점차 시간이 흐르며 수영 실력이 늘고 나서야 비로소 깊은 물에 들어가도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헤엄칠 수 있을 겁니다.

     

  투자는 시험공부가 아닙니다. 애초에 확률이 지배하는 영역인 투자에서 완벽한 공부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적은 금액으로 실컷 넘어져 보고, 경험을 쌓아가며 투자에 대한 감을 익히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사람들에게 당장 백만 원으로 주식을 시작해 보기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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