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얼떨결에, 아니 우연찮게
책을 출간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글 동지 둘을 찾아
총 세명이서 썼다.
2023년 11월.
무턱대고, 아니 겁도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책을 낸다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치는 지
어떤 유형, 무형의 혜택이 있는 지
알지 못한 채
책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밀어부쳤다.
출간 작업은
나를 밀어부치기도 작업이기도 했지만
함께 쓰는 두 명의 동지들을
때론 밀어부쳐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데드라인이 있어야 했다.
2024년 8월중으로 출간.
이건 내가 스스로에게 정한 약속이었다.
출간되지 않은 원고를 언제까지 끌어안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나는 전업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고가 얼추 완성이 되고 난 후부터는
출판사에 제안서와 원고를 넣기 시작했다.
사실 제안서와 함께 원고의 30%정도가 완성이 되면 투고를 할 수 있지만
어지간해서는 30%정도 완성된 원고에 출판사가 반응할 리는 없었다.
결국 원고가 완성은 되어있어야 한다(양적으로).
- 최초 원고가 나중에 알고보면 쓰레기였을 지라도…
- 출간 제안이 받아드려지면 그 때부터 다듬어 진다.
출간을 제안하면 몇 백군데 제안을 넣는다라는 말을 듣거나 본 적이 있는데
사실 해당 원고의 주제에 해당하는 책을
주력으로 출간하는 출판사를 추려보면
몇 십군데 정도 제안한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교육, 교사 관련 출판사로 추린 곳은
대략 40군데 정도였다.
출간 제안서를 만들어서
원고와 함께 메일로 보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홈페이지에 원고 제안 코너를 만들어 넣고
저자 소개, 제목, 주제, 내용, 출간 제안 이유, 원고의 특장점, 홍보 전략 등을 써넣으면 됐다.
출판사의 반응은 적어도 4주 이상이 걸린다.
출판사답게 아주 완곡한 어조의 거절 메일이 온다.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좋은 원고지만 출간 방향과 맞지 않음.
- 상세히 검토, 회의했지만 판매에 자신이 없음.
- 소량만 출간
: 출판사, 저자 비용 50:50으로 출간(반기획 출간)
나는 운 좋게 출판사에서 모든 비용을 대겠다는 곳이 있어서 초판 500부를 찍었다.
책 출간이 결정되고 진짜 책이 출간될 때까지
길고 험한 수정, 보완, 윤문, 편집의 과정을 거쳤다.
역시 밀어부친 덕에
힘들었지만 책은 그렇게 나왔다.
그리고 깨달은 것은
출간이 돈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인세 자체가 높지 않고
인세를 책으로 주는 곳도 있으며
저자 증정용이 몇 권 있긴하지만
저자도 결국 자기가 쓴 책을 출판사로부터
구입해야한다.
가족들과 특별한 지인들에게 책을 나눠줄려면 출판사로부터 똑같이 책을 구입해야한다.
책을 만나서 주면 커피나 밥을 먹어야 했고
우편으로 보내면 포장료, 배송비가 든다.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는
책에 저자 싸인을 해서 줘야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싸인을 만들게 되었고
책의 어느 페이지에
저자싸인이 들어가야 하는 지를 알게 되었다.
(싸인할 때 책을 한 번 내신 분이 가르쳐주셨다. 그 전에는 잘못된 페이지에 했다…)
저자가 출판사로부터 자신의 책을 조금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는 있었지만
포장비와 배송료를 합치면 인터넷으로 그냥 구입하는 것과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저자 증정본과 저자가 싸게 구입한 책은 인세 권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출판사로부터 받는 인세보다
저자의 책 구입비와 배송료, 커피값, 밥값, 술값이 더 들어가는 격이다.
이 모든 걸 알고 또 한 번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
대답은
Yes
책을 한 번 내보니
출간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비전업 출간자에 한정, 전업 작가, 프로라면 수익도 당연히 고려)
자신을 성장시키거나 가치를 올리는 작업이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 알거나 알아낸 것들을 세상과 공유하는 작업이다.
금전적 보상은 뒤의 일이다.
그게 내가 두 번째 출간을
희미하게 그려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