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말입니다
‘아. 난 이제 끝났다.’
첫 출근 전날 든 생각이다.
침대에 누워 처음으로 느낀 건, 갑자기 나의 지난 모든 학창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얼마나 남았을지 모를, 운이 좋아 기대수명까지 산다면 어림잡아 60년 정도 남았을 시간이 갑자기 구름처럼 모여들더니 하나의 거대한 무게추가 되어 내게 떨어지고는 숨도 못 쉴 정도로 나를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일을 한다는 건 한 인간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적잖이 보람찬 일이다. 그래서 빨리 일을 하고 싶었다. 하루라도 빨리 멋진 직장인이 되어 더 이상 누군가의 도움 없이 오롯이 내가 번 돈으로 내 삶을 영위하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출근 전날, 눈을 뜨면 내일이 출근이 아니라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더 놀고 싶었던 걸까?
첫 회사에서 입사 6개월 차로 접어들던 날, 아직 햇병아리에 말하는 감자였던 나는 왜 그렇게 사람들이 야근을 싫어하는지 알았고, 왜 그렇게 회식을 싫어하는지, 왜 그렇게 상사 욕을 해대는 지도 알았다. 드라마에서 밤새 일에 몰두하는 멋진 직장인 주인공의 모습은 99.9%가 허구라는 것도 알았다. 드라마 속의 그는 아마 일이 아닌 무언가에 몰두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사랑했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고서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기에, 야근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하기 싫다고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어른이란 무엇일까? 올해로 만 스물일곱이 된, 2년 차 직장인인 나는 어른일까? 지금이 어른으로 가는 길인 걸까? 올바른 길이 있다면 그 길에 정확히 안착하긴 한 걸까? 이대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는 걸까?
만약 내가 그 길에 들어섰다면, 꽤 어려운 것 같다. 물론 아직 겪어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도 아니다. 오롯이 내가 버는 돈으로 살아가고 싶던 나는, 앞으로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좋은 아침 같은 소리하고 있네>, 안노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