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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하다 Jan 13. 2022

난 혼자서도 밥을 안 해 먹는걸?

1년 차 초보 주부의 요리 적응기


난 혼자서도 밥을 해 먹어 본 적이 없는데...


내가 결혼을 앞두고 혼자 했던 생각이다

청소 같은 살림은 곧 잘 했어도 '요리'는 나에게 미지수의 일이었다


스물한 살 때, 대학생 시절 처음 자취를 했던 나는

처음으로 손수 된장찌개를 끓여보았다

'된장을 물에 두어 스푼 정도 풀어주고.. 소금도 좀 넣고 두부는 좋아하니까 한 모 다 넣고....'


나름대로 레시피를 보고 잘 따라 했다고 생각했는데 물에 된장을 넣은 맛이 나는 것이 완전 실패였다

다들 된장찌개가 요리 중 제일 쉽다고 하던데

내가 만든 된장찌개는 먹지도 못 할 정도의 맛이라

나는 요리에 소질이 없다고 단정을 짓게 되었다


그렇게 요리에 겁 아닌 겁을 먹게 되면서

귀찮음까지 더해지니 더더욱 내가 요리를 할 이유는 없었다

집 주변에 배달 음식이 너무 잘 돼있기도 하고 말이다


매번 엄마가 주는 반찬들에 밥만 해서 집 밥을 먹거나

외식을 하거나 시켜먹거나 등의 이유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요. 알. 못인 내가 결혼을 했다

벌써 결혼한 지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요리 생각만 해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요리하는 행위 자체도 매우 귀찮지만

음식 메뉴를 매일 다르게 정해야 하는 것부터

메뉴에 맞는 재료를 하나하나 다 준비해야 하는 것

레시피를 봐가며 요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일을 마치고 피곤한 와중에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기분이 들었달까


물론 아내가 요리를 전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집에서 일을 하기에 남편보다 시간이 많고

무엇보다 퇴근하고 온 남편에게 라면을 먹이기가 싫었다

결혼 초의 요리들, 플레이팅 따윈 없다

매일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요리를 했다

주로 엄마 반찬을 꺼내놓거나 마트에서 조리만 하면 되는 간편식을 활용하곤 했는데

이 당시에는 요리를 했다는 만족감과 스스로가 대견해서

엄마와 어머님께 사진을 보내드리며 자랑하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지금 보면 한없이 초라한 식탁인데...

과거의 나야.......왜 그랬니......?

엄마와 어머님은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는데 참 좋으신 분들이다^^..


사실 요리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 수준이었달까

요리에 못 미치는 조리 수준의 밥상도 남편은 엄지 척 세워주며 참 맛나게 먹어주었다

비교해보니 정말 많이 발전했다

아직도 못해 본 요리가 너무 많고, 여전히 농도나 간 맞추는 데에도 애를 먹는 초보 주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된장찌개' 만큼은 정말 맛있게 끓일 수 있다


이전보다 음식과 국, 찌개를 조화롭게 조합하는 법도 조금은 알겠고

신김치의 신맛을 줄이는 것이 설탕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매일 색다른 음식을 준비할 필요도 없고

밑반찬에 찌개나 국만 내놓아도 그날의 훌륭한 한 상이 된다


배달음식 하루에 2만 원씩 한 달 내내 시켜먹었을 땐 60만 원이라는 어마어마 한 식비가 지출되지만

일주일에 세네 번이라도 소소한 한 상을 만들면 식비도 줄일 수 있고

부부의 건강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뭐든 터득하기 시작하면 일이 쉬워지는 것처럼

요리 또한 한 번 터득하고 나니 꽤 재밌다

갓 요리를 시작한 자취생, 초보 주부들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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