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행 Nov 22. 2024

9년 후, 쉼표2

제2화. 나에게 2015년은…

 첫 직장 생활은 ‘새로운 건데 한번 도전해 보자!’라는 인생의 비전으로 시작되었다.


2015년은 대학 생활의 모든 역할이 주렁주렁 열매로 맺혀 수확하는 해였다.


 1월, 학과 장학금으로 필리핀 어학연수를 떠났다.

체육대학에서 보내준 어학연수였기에 주변 친구들은 모두 스포츠 전문가였다.

그래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낮에는 영어 공부, 저녁에는 학과 친구들과 탁구, 수영, 골프 같은 활동을 즐겼다. 영어와 스포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2월에는 교직 이수 수업에서 알게 된 지인의 총학생회 학생복지위원장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총학생회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 직책은 학생회비와 학교 복지기금을 활용해 학생 복지를 증진하는 역할이다.

보통 공과대학은 수업을 위해 필수적으로 공학용 계산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반드시 사야 되는 공학용 계산기의 공동 구매라던지,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안과, 운전면허 학원, 토익 프로그램 지원 등 실질적인 혜택을 기획하며 하루에 세 곳 이상의 업체들과 MOU를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여러 혜택들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을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수원역의 담당자와 MOU를 통해 내일로 티켓을 할인된 가격으로 학생복지위원금으로 구매해 200명 학생들에게 무료 여행 기회를 제공했던 프로젝트다. 

이 활동은 타 대학의 학생회에서도 벤치마킹 할 만큼 호평받았다.


 5월에는 대학교 축제를 기획하고 고등학교 모교로 교생 실습을 나갔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 교생 선생님으로 활동하며 학급의 부담임과 체육 선생님이 되니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시험 감독관으로 들어가 학생들에게 시험지도 나눠주고 답안지 수정이 필요한 경우 교체해 주었다. 

처음 보는 교생 선생님이 갑자기 방문해서 그런지 쉬는 시간이면 창문에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몰려다녔다.

스승의 날에는 학생들이 준비한 선생님께 헌사와 상장 수여 하는 등 내가 학교 다닐 때 보다 더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멋진 후배들인 게 느껴져서 인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었다.


 7월에는 지인의 소개로 스타트업 면접을 보았다.

교생 실습을 통해 가르치는 일의 매력을 느꼈지만, 평온한 일상이 내가 꿈꿔왔던 일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았던 나의 대학 생활이 그리워졌었다. 

그래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것이 아닌, 회사라는 새로운 길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8월, 웰니스웨어(이커머스)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었지만, 4년 평균 4.3 학점으로 매 학기 3학점씩 추가로 수업을 들어 1년에 42학점 수강을 통해 조기 졸업이 가능한 상태였기에 대학교 수업은 나가지 않고 회사 생활에 전념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대표님, 부장님, 나’ 이렇게 소수로 시작되었지만, 소수였기에 더 여러 경험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고, 다방면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 본사에서 제공하는 이미지와 사이즈는 한국에 맞지 않았고, 때로는 ‘제품의 모델’이 되고, 때로는 고객의 시각에서 개선점을 찾았다.


 11월,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수습의 기간 동안은 첫 회사 생활에서 배우는 기본 적인 컴퓨터 사용법과 사회생활의 예의 등에 중점이었다면 이때부턴 본격적인 실무를 맡았다.

자사몰(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운영 활동을 넘어 네이버스토어팜과 11번가 같은 소셜커머스에 입점해 판매를 확장했다. 

효율적인 재고 관리와 고객 응대를 위해 사방넷 시스템을 도입하여 10개가 넘는 사이트를 운영하였다.

하루하루 루틴 한 업무와 자유로운 스타트업의 분위기 속에서 나보다 먼저 직장 생활을 경험하셨던 대표님과 부장님은 모르는 것들이 있을 때 어떻게 찾아서 해결해 가야 될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배움을 강조했고, 일과 라이프 시간의 균형을 가르쳐 주었다.

퇴근 이후 시간에는 함께 소고기도 먹고 분위기 좋은 바에서도 놀면서 직장 생활에서 일하는 것도 즐겁고 노는 것도 즐거워 ‘내가 꿈꿔오던 직장 생활과 삶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생각이 들 만큼 행복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12월, 대학 졸업을 위한 마지막 시험과 함께 회사의 내년 확장 계획을 준비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누구보다 치열한 한 해를 보내며, 뜨겁게 타오르는 나의 열정과 체력에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를 얻었다.

새로운 모든 시도들은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에 상관없이 보람찼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항상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9년의 직장생활을 돌아보아도 2015년은 손에 꼽히는 특별한 해였다.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라는 질문에 나는 늘 “아니요”라고 답한다.


“그 시절보다 더 열심히 살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내 대답처럼, 2015년은 내가 가장 뜨겁게 살았던 해였다.

작가의 이전글 9년 후, 쉼표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