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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향기마을 Dec 22. 2022

I SEE YOU

I love you.



당신을 봅니다.



나는 늘 당신을 보고 있다.

내 마음을 당신에게 보낸다.

우리는 마음으로 서로를 본다.


I SEE YOU.


영화 <아바타 물의 길>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표현이 러닝타임 내내 떠돈다.

스크린을 장악한 최고의 영상미로 환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펼치고 그 안에 심어놓은 자동항법 장치 같은 세 마디는 영화가 끝나도 관객들의 귓가에서 깜빡인다.


영화를 보는 목적이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는 감동을 찾아 간다.

영화 속에 천재적인 감독들이 숨겨놓은 아주 작고 빛이 나는 보석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실로 비할 바가 없다.

한 번 보고 다 못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면 다시 찾아가는 것이다.


왜 그런 대사를 썼는지, 그 장면에서 흐르는 음악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의미가 함께 하는지 생각하며 몇 번이고 감상하는 일은 큰 즐거움이다. 미스터리한 거장들의 철학은 먼 별빛처럼 한참 후에나 내 안에서 서서히 번지기도 하니까.






일상이 삶이 되는 세상



물리적인 시간을 초월하는 러닝타임은 내겐 선명한 상상 여행이 된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영화는 시와 많이 닮았다.

내가 시를 쓰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감정과 심상들이 짧은 시간 즐기는 영화 속 세계 그것과 흡사하기에 그렇다.


거기에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은 영화와 시에서 그리는 이미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강력한 음악의 신이다. 영상보다 음악이 오래 관객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마음을 연하고 부드럽게 아니면 강렬한 흥분으로 움켜쥐는 영화적 사운드를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이 갖춰진 영화관에서 만나면 순식간에 새로운 세상으로 끌 간다.


영화 속 신비한 행성 판도라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과 숲, 그리고 바다에서 자연의 모든 생명체와 교류하는 아바타의 삶을 상상해 낸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들의 일상이 곧 삶이 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거기에 그들의 소통하고 마음을 건네는 방식은 다시 한번 묽은 피를 정화하듯 맑고 선명하기 이를 데 없다.


얼굴을 돌려세우고 눈동자를 맞춘다.

천천히 낮은 음성으로 진하게 울린다.


I SEE YOU.


삶 자체가 이미 사랑과 감사이니 그 외 모든 감정은 하나의 마음 안에서 분명히 전해진다.

다른 오해도 의심도 믿음과 용기도 모두 이 세 마디의 단어로 고스란히 전해지고 풀어지는 세상이 바로 아바타들의 판도라다.






감상을 즐기는 문화인


하지만 이런 영화도 관객의 호평과 평론가들의 비평은 언제나 엇갈린다.

평론가들의 몇 줄의 평가는 평점으로 기록되기도 하고, 기자들의 펜 끝이나 블로거들의 부지런한 포스팅으로 온라인을 타고 여기저기 출몰하기도 한다.


또한 발 빠른 유튜버들의 불필요한 편집과 해설판으로 재가공된 채 거장들의 그 위대한 손길을 느끼기도 전에 만인에게 유포된다.

그들의 직업적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니 그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조급한 궁금증을 가볍고 빠르게 해소하는 습관이 몸에 배이면 조바심과 호기심을 못이겨 천천히 음미하고 감상하는 법을 잊게 된다.

해서 많은 이들은 영화를 보기도 전에 SNS를 찾아 평가를 살피고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지은 후, 다른 이의 선입견을 방수복처럼 입고 스크린의 언저리에서 팔짱을 낀다.


글도 책도 영화도 읽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 작품으로서 대하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창작자의 의도를 잘 받아들여 감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비평가들의 잣대와 평가 이전에 우리는 감상을 즐기는 문화인으로서 때 묻지 않은 감동을 누릴 기회와 자유가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도 책이 어려울까 줄거리를 손수 요약해주고 상상할 필요 없는 핵심과 주제를 뽑아 댄다.

그러고도 이해를 못 할까 걱정하며 문해력과 상상력의 부재를 타깃으로 한 교재를 또 만들고 개발한다.

또한 모든 교재에 창의과 영재 교육으로 네이밍 하고 설문 조사에는 내 아이 교육에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다시 창의력과 문해력을 손꼽 있지 않은가.






상상할 결단과 감동할 결심



강력한 상상은 동경을 넘어 간절한 소망이 되어 한 편의 영화로 탄생한다.

영화를 통해 감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발견하고 곱씹어 생각하다보면, 우리가 만나고 싶은 미래를 같이 만들어 가자고 손을 내미는 듯하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노력이 헛되지 않을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영화인들은, 관객의 즐거움과 감동을 생각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러니 어느 날 우리 눈앞에서 달빛처럼 즐기는 예술은 평가 이전에 아바타들처럼 순수한 호감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시작되었다고 우겨도 세상에 없던 창조의 시간을 거친 이들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고 울림을 남겨 기억되길 원할 것이다.

            

이제 현실보다 메타버스에서 살아갈 시간이 점점 많아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야말로 더 특별한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진지하게 상상할 결단과 깊이 감동할 결심이 필요한 때다.


그 많은 시간을 태워 자신의 감동을 전하는 세상 모든 예술을 만날 때마다, 최소한 개인의 자유로운 해석과 저마다의 공감으로 즐거운 수다를 떨며, 머릿속에 살아있는 장면 하나는 스스로 챙겨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평생 가져갈 자신만의 소중한 히든 스토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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