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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향기마을 Jan 31. 2023

내 걱정은 하지 마라

하루를 인생처럼 이해하는 자

매일 아침 그리고 밤마다, 숨 쉬는 속도만큼

좀 더 천천히 느끼며 나를 관찰한다.


재촉한다고 서두르지 않는 성격이고

못하게 한다고 포기하지도 않기에 더 잘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아침마다 사랑에 빠지고 다시 별이 뜨는 순간에는

나에게서 한 발짝 떨어지는 일을 반복한다.


가끔은 실제로 겪은 일인지 아니면 전생의 기억인지,

영화에서나 보았던 장면인지 헷갈릴 정도다.








어느 날 남편이 묻는다.

언제쯤 내가 하는 일이 잘 될 것 같은지.


군에 간 아들이 묻는다.

여전히 잘하고 있는지.


오랜만에 통화한 친구가 묻는다.

아직도 하고 있는지.


일 년에 세 번 얼굴 보는 동생이 묻는다.

요즘 뭘 하는지.


나의 대답은 한결같다. 내 걱정 하지 마라.


언젠가 외롭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건 지금 당장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을 때 이야기다.


풍경이 달라지면 관점 바뀌기도 하지만,

흐르는 시간 덕에 헛살지 않은 자의 눈으로

변한 듯 변하지 않은 세상에서 나만 달라진 것 같은 통찰을 얻기도 한다.


바로 그 맛에 사는 게 재밌어진다.

달고 시원한 배맛 같은 깨달음에 차오르는 감정마다 감동이니까.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그 무엇에 대해 아는 것보다 이해한다는 것은,

그 무엇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아픔을 느껴보면서

혹은 소리치고 싶을 만큼 기쁜 마음을,

기분과 감정까지 아우르는 상태로 기억하는

더 진한 깨우침이다.


손톱 두께만큼의 차이로 삶의 질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은,

일의 근본에서 차이 나는 것이 아니라

물결치듯 일렁이는 이해의 감각들로 눈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해하는 자는 그때의 기분과 감정까지 고스란히 알고 있다.

그렇게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나이에는

함부로 묻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점점 새로워지는 하루를 낯선 인생처럼 귀하게 또는 불사르며 살아본다.

좀 더 짜릿하게 이해되는 무엇들로 채워지는 꿈을 꾼다.








잘 자고 잘 먹고 깊이 느끼며 사는 하루가 하나의 인생이다.


그러면서 끝도 없이 생겨나는 질문을 넘어,

답보다는 찾아가는 여정에서 손에 꼭 쥐어지는 생생한 경험을 부지런 챙겨 이해의 주머니에 넣어둔다.


그 안에 든 갖가지 휘황찬란한 빛깔은 모두 처음 보는 환상 같지만 내가 살아낸 시간의 기억이 아닌가.


그러니 부디 내 걱정은 하지 마라.













#하루 #인생 #감성에세이 #이해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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