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는 나중에 커서 꼭 강원도에 가서 살 거야!!”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바다와 눈을 좋아했던 나에게 강원도는 그 모든 게 갖춰진 막연한 꿈의 도시 같았다.
하지만 연고가 1도 없는 지역에서 잠깐의 여행이 아닌 터를 잡고 생활을 한다는 건 누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나 강원도는 우리나라지만 타 지역에 비해 접근성이 좋지 않아 나도 지금까지 가본 게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나는 강릉에서 살게 되었다.
2021년 8월이었다.
‘안녕(Hi) 강릉!!’
갑자기 시작된 강릉 생활이니 계획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연고가 없으니 당연히 지인도 없었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함께 온 (친) 언니가 유일했다.
(사실 언니가 직장 때문에 잠시 강릉으로 오게 되면서 얼떨결에 따라오게 된 참이었다.)
이후 언니는 1년 반쯤 있다 다시 지역을 옮기게 됐고 나는 조금 더 강릉에 남아있기로 했다.
그때부터는 정말 오롯이 혼자였다.
그렇게 평생에 처음으로 이유도 없고 계획도 없는 낯선 곳에서의 여행이 아닌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2024년 11월.
나는 지금 강릉과의 아쉬운 작별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운전을 하지 못해 뚜벅이로 강릉 곳곳을 누볐던 3년 3개월의 시간.
처음 강릉에 도착했을 때와 지금의 나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준 시간.
‘괜찮아. 나는 괜찮아. 다 이렇게 사는 거지 뭐.’
라고 내 마음을 방치하기만 했던 내가 느리지만 천천히 나를 돌보며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던 시간.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나에게 남긴 것과 그 안에서 ‘혼자 노는’, ‘뚜벅이’, ‘1인 고객’인 내가 보고 느낀 강릉에서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그 반짝이는 시간들을 함께해 준 내 아지트 같은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양념처럼 섞어가면서 말이지.
그리고 막연한 꿈의 도시가 아니라 나에겐 치유와 힐링의 도시가 되어 준 강릉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인사를 고한다.
‘안녕(Bye) 강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