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근수근문화일기
일시 : 2025년 4월 7일(월)
장소 : 경기도 평택시
‘뚝!’ 소리와 함께 에코백의 손잡이가 끊어졌다. 이 에코백은 벌써 5년째 애용해온 것이니, 자기 역할은 충분히 다한 셈이다. 나는 어떤 물건이든 사용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오래 사용하는 편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와이프는, 나처럼 물건을 오래 쓰는 사람은 환경운동가나 다름없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에코백은 단순히 그런 나의 습관 때문만은 아니다. 오래도록 쓸 수 있었던 건, 이 에코백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같은 에코백을 다시 계속 들고 다닌다.
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체험 물품을 만들고 구매할 때, 혹은 굿즈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실용주의이다. 나는 ‘쓸모없는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 아무 쓸모없이 공간만 차지하고 예쁘지도 않은 장식용 물건을 나는 지향하지 않는다. 실생활에서 쓰이든, 놀이에 활용되든, 최소한 예쁘게 장식이라도 되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래 사용한 이 에코백도 바로 이런 나의 실용주의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던 물건이다.
이 에코백은 5년 전, 평택시티투어 담당자와 함께 제작한 것이다. 평택시티투어를 홍보하기 위한 굿즈를 제작하며, 어떤 물건이 좋을지 고민하던 끝에 당시 유행하던 아이템인 에코백으로 정했다.
그 무렵은 정말 여기저기서 에코백을 쏟아내듯 만들던 시기였다. 그래서 나 역시 다양한 에코백을 받았고, 그중 열 개 남짓하게는 지금도 내 서랍 속에 있다. 크기와 소재는 제각각이었지만, 대체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하얀 면 소재에 손잡이가 달린 전형적인 스타일이고, 다른 하나는 작게 접을 수 있어 비닐 장바구니처럼 들고 다니는 실용적인 형태였다.
하지만 이런 에코백들은 대부분 몇 번 사용하고는 잊히기 일쑤였다. 그런 점이 늘 아쉬웠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 기존의 에코백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제작한 이 에코백에는 몇 가지 차별화된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에코백이 거친 천이나 바스락거리는 비닐 소재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 에코백은 부드러운 면 소재를 사용해 촉감이 부담스럽지 않고 손에 착 감긴다. 크기도 너무 크거나 작지 않아 실용적이다. 사무실에서는 서류를 넣어 다니기에 딱 좋아,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지금도 자주 애용하고 있다. 부드럽고 가벼운 소재 덕분에 접어서 가방에 쏙 넣을 수 있어 휴대성 또한 뛰어나다. 게다가 진한 초록색은 조금 더러워져도 티 많이 나지 않아, 오래 사용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이 에코백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손잡이에 있다. 길게 디자인된 손잡이는 어깨에 걸기 편해 휴대성이 뛰어나고, 장시간 들고 다녀도 불편함이 없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이 모여, 이 에코백은 나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직원들 모두가 즐겨 사용하는 에코백이 되었다.
이 에코백은 단순한 굿즈를 넘어, 실용성과 디자인을 고루 갖춘 좋은 사례이다.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결국,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에코백뿐만 아니라, 나의 실용주의적인 접근은 사업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보다는, 실제로 사용되고 효과가 있는 것. 나는 그런 실용성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