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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십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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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주 Oct 24. 2023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내가 좋아하는 그와 해맑은 아이들을 볼 수 있어서

해외여행도 한 때라고 하더니

나 역시 그렇다.


5대양 6대주를 만나겠다는

스무 살의 꿈은

마흔이 되기 전까지였나 보다.


해외여행이

나에게

큰 의미가 없다.


언제부터

나는 해외여행의 의미를 잃었을까.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



작은 그릇을 가진 나를

원효에 견줄 바는 아니겠으나


나는 이 순간

당나라로 가려던 원효가

다시 신라로 돌아온 이야기가 떠오른다.


원효대사가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길에 동굴에서 자다가 목이 말라 바가지의 물을 달게 마셨다. 다음날 자기가 마신 바가지가 해골임을 알고 원효대사는 깨달음을 얻는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니 원효대사는 더 이상 유학을 갈 필요가 없었다. 그리하여 가던 길을 돌이켜 다시 신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일체유심조


언제든 어느 곳에서든

내가 나를 해방시켜 줄 수 있다고 믿으며

집 앞 공원을 홀로 걸으며

문득 삶에 대한 성찰이

한 걸음 성장하기도 하여


지금의 나는

굳이 해외를 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좁은 비행 칸에 몸을 비집어 넣고

낯선 공간에서 만나는

수많은 상황들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나의 가족과 함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행을 가면

나의 남편은

젊었을 적의 생기를 되찾는다.


여행지에서의 그를 보면

내가 사랑했던

그 남자가 여전하구나 싶다.


허름한 골목길의 음식점에 들어서

음식을 즐기고


처음 먹는 식재료에 흥분하며

여행자의 흔적이 뜸한 곳에서

담대함을 보이는

그가 멋지다.


가족 모두가

처음으로 만나는 상황을

넷이 힘을 합쳐

해결해가다 보면

나의 아이들에게서는

빛이 난다.


평생을

함께

여행 다니며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해방감과 이국적인 경험으로 흥분했던

젊은 날의 나는

이제 없지만


남편과 아이를 바라보며

가슴 깊이 몽글거리는 

행복함을 느끼기에


나는 여전히 해외여행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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