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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둔의 김실장 Feb 20. 2022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을 읽고

나는 96학번이었다.

돌이켜 보니, 80년대 후반 전대협부터 시작되었던 분위기의 끝물, 연세대 사건으로 인한 한총련 불꽃의 절정이었던 시기였다.

황석영의 위 책은 오래된 나의 감정을 다시 스멀스멀 끄집어낸다. 마흔을 훌쩍 넘어 이제 중반으로 가는 나이. 스무 살의 느낌은 분명 아니다. 영상을 보고 노래를 찾아들어도 그때의 감정이 오롯이 되살아나지 않는다. 그때의 감정과 생각이 모두 옳았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 또한 분명하다.

지금 마흔셋의 생각으로 스무 살의 내 생각을 재단하고 싶지도 않다. 당시에 나는, 친구들은 진중했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 겉멋만으로 감당하기엔 당시에도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렇다고 뭐 대단한 경험을 했던 건 아니니 그저 자랑하고 싶은 호기로움도 여전히 마음속에 있을 법도 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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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모두를 위한 마음과, 개인을 위한 마음이 늘 충돌했던 시기였고 그 속에서 항상 죄책감과 비겁함 때로는 당당함이 늘 공존했던 시기였다.

하심.

마음을 내려놓는다. 또는 마음을 낮춰 겸손함을 유지한다.

거울을 보면

이제 나이가 보인다.

보이는 것, 보여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요즘은 더 편하다.

언제든 돌이키면 용서가 된다.

마음은 내 것이니 말이다.

스무 살엔 대의를 꿈꾸고

마흔 살엔 소중한 일상을 꿈꾼다.

한 선배의 시처럼

'세끼 밥만 같은 하루'가 되기를 소박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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