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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e Dec 03. 2022

나 홀로 아일랜드 워홀 여행기

세상에서 제일 비싼 피시앤칩스

세상에서 제일 비싼 피시앤칩스




변태 집주인을 만나 돈을 뜯긴 후 한동안 홈스테이 집과 어학원만 왕복했다. 우울한 기분에 어학원을 갔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와서 잠을 자거나 유투브를 보며 시간을 보내길 몇 일, 주말이 왔다.



그 날따라 날씨가 화창했다. 아일랜드는 비가 많이와서 언제나 우중충한 느낌이었는데 그 날은 아주 쾌청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그래,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집에만 있을 순 없어.



블로그로 근방에 당일치기로 갈만한 곳을 찾았더니 바로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호스(Howth)라는 지역인데 해안가가 예쁘고 시내에서 한시간정도면 갈 수 있다고 한다. 내 손에는 유학원 시티투어 날에 165유로 어치를 충전한 교통카드가 있으니 어디든 갈 수 있다.






호쓰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한국은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서 있으면 버스가 한번 섰다가 가는데 아일랜드의 룰은 달랐다. 사람이 버스를 미리 보고 손을 뻗는 등 버스를 타겠다는 신호를 보내야지만 버스가 정류장에 멈춘다. 그 룰을 몰랐던 나는 정류장을 쌩 지나치는 버스를 보고 얼이 나가있다가 버스정류장에 다른 사람이 와서 버스를 잡을 때서야 비로소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구글맵에서 안내한 시간의 두배를 들이고서야 호쓰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횡한 느낌의 도시에 레스토랑도 몇개 없었다. 그 중 피시앤칩스가 유명하다는 곳에 들어가 피시앤칩스 두개를 주문을 했다. 가격은 개당 12.50유로. 하나는 바닷가 벤치에 앉아서 먹고 하나는 변태 집주인 사건때 도와주었던 한국인 친구들에게 줄 생각으로 샀다.




따뜻한 피시앤칩스가 갈색봉투에 담겨져나오자 힘들었던 호쓰까지의 여정이 싹 풀리는 것 같았다. 바닷가 해안변에 가족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피시앤칩스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비어있는 벤치가 눈에 보여 자리에 앉아서 피시앤칩스 한입을 먹고 아차차 사진을 찍어야지, 팔을 길게 뻗어 피시앤칩스 인증샷을 찍으려던 순간 갑자기 갈매기처럼 생긴 하얀 새 하나가 내 손쪽으로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내 손에서 피시앤칩스를 낚아챈 새는 얼마 날지 못하고 바닥에 그것을 떨어뜨렸고 그 순간 일제히 주변의 새들이 달려들어 애워쌌다. 부리로 마구 쪼아지던 내 피시앤칩스는 그 중 하나의 입속으로 한번에 삼켜졌다.




구글에서 찾은 사진.. 손에 먹을 것을 들고 있으면 새들이 모인다. 


흥미를 잃은 새들은 내가 피시를 뺏기면서 쏟아버린 감자튀김을 주워먹고는 사라졌고 아까 한번에 그 큰 것을 입에넣은 새가 컥컥소리를 내면서 뒤뚱뒤뚱 걸어다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는 벙쪄서 새들을 바라보았고 주변에서는 웃음을 참지 못해 왁자지껄하게 웃어댔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 벤치에서 일어나 손안의 빈 갈색봉투를 구겨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빠르게 걸음을 옮겨 그 자리를 벗어났다.




공격적인 아일랜드의 갈매기는 한눈에 만만한 뉴비 이방인을 알아본 것일까, 왜 나한테만 이런일이? 이제 하늘을 날아다니는 갈매기가 예쁘지않고 무섭게 느껴졌다. 특히나 모여있는 것들은 눈광이 번들번들해서 눈빛이 이상했다.



기분전환하러 온 호쓰에서 공격적인 갈매기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비싼 피시앤칩스를 먹게 되었다. 한입에 12유로짜리 피시앤칩스, 내 손바닥 두개의 너비를 합친것 정도의 사이즈였는데 그 큰것을 한입에 다 먹어버린 새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찌됐든 무사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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