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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soul Jan 09. 2023

연예인도 아닌 데 공황장애랍니다.

번아웃과 함께 찾아 온 공황장애 극복을 위한 자가 치료 솔루션!

   스스로 '심상치 않다'라는 두려움을 느낀 건 몇 달 전입니다. 남편과 함께 백화점에 쇼핑을 갔을 때일입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주차장 입구부터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차선이 줄어들면서 끼어들려는 차들과 그를 막는 차들이 신경전을 펼쳤습니다. 뭐 사실 주말이면 붐비는 주차장 상황이야 특별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중간에 빽빽거리는 클락션 소리가 신경에 거슬렸을 뿐입니다.


   우리는 10여분 만에 어렵게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주차장에 들어왔지만 주차공간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였습니다. 주차할 곳을 찾아 빙글빙글 돌며 한층씩 올라가기를 반복하는 사이, 어지러움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차장을 도는 차를 따라 내 머리도 함께 빙글빙글 도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엔진 소리, 사람들 소리 등이 마구 섞여 귓가에 윙윙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뭐라 할까요?  어릴 적 엄마랑 공중 목욕탕에 갔을 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고 나왔을 때, 엄마가 하는 말소리가 울려 퍼지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 데, 딱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남편이 다행이 주차를 하였습니다.  괜찮겠지, 하며 차에서 내렸는데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주차장 안의 차들의 엔진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 듯 하더니, 부르릉 거리는 엔지소리와 함께 나를 향해 돌진하는 듯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너무 두려워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었습니다. 호흡이 가빠오고,  엔진소리를 따라 심장박동수가 빨라졌습니다.  길가를 막아 선 저를 본 운전자는 이내 클락션을 눌렀고, 그 클락션 소리에 저는 주저 앉았습니다. 식은 땀인지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물이 내 뺨을 따라 흘러내렸지만 그 마저도 닦아 낼 수 없었습니다. 그 날 남편의 부축으로 집으로 돌아 온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체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같은 증세가 나타날까 넘 두려워 곧 바로 정신과를 예약하였습니다. 정신과를 예약하면서 놀란 것은 진료를 보는 데 약 2달의 대기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신과를 찾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 세상에 힘든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니였구나' 하는 생각에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요즘 마음에 병이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며 씁쓸해지기도 했습니다.


  긴 기다림 뒤에 본 진료에서 예상대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는 제가 느꼈던 증상이 전형적인 공황발작 증세라고 설명해주었습니다. 또 이러한 공황장애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뇌의 감기 증상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살뜰하게 안심시켜주었습니다. 공황장애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세로토닌 생성이 저하되면서 뇌의 전반적인 기능들이 저하되며 오는 데,  발작 증세가 오기 전 내 몸에 여러가지 신호가 있었을 거라 했습니다.

  여러 가지 신호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사실 작년에 번아웃이 찾아왔습니다. 앞만 보며 교사로, 부모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살아왔었습니다. 그런데 나의 노력과 달리 가까운 가족에서 부터 직장동료로 부터 상처 받는 일이 생겼습니다.  남을 배려한다고 나의 잠을 줄여 다른 사람의 업무를 돕고, 양보를 하며,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겨왔습니다. 무엇인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은 전 배려받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로 마음에 상처를 받은 이후, 우울, 무력감, 과수면, 두통, 울렁거림 등이 나타났었습니다. 감정의 기복도 심해졌었습니다. 의사와 상담하다보니 신체적, 정신적 증상들이 나타난 지는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런 증상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었습니다.


 처음엔 내 맘같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상처 받았고, 그로 인해 내가 마음에 병이 생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의사와 상담 후 곰곰히 생각해보니  공황장애는 나에서부터 시작된 듯 했습니다.  나는 나보다 먼저 다른 사람을 살폈고, 챙겼습니다. 또 관계가 불편해질까봐 말을 못하고, 참고 이해하려 했습니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실은  이해하기도 싫고, 이해도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 했었습니다. 나를 책망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것에 서운해하며 내가 아닌 보여지는 나로 살아왔던 것입니다. 

  당연히 주변 사람들 눈에 비치는 모습으로 살아가려니 나는 불안했습니다. 혹이나 흠이라도 잡힐까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했고, 실수할까봐 나를 향한 잣대는 엄했습니다. 문득, 보여지는 삶을 살아가는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잘 걸리는 이유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약물치료를 시작한 지 두 달쯤 되었습니다.  두 달의 시간동안 한 글자도 쓸 수 없었지만, 제 마음이 편해질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문득, " 그래, 나 오늘도 차암~ 애썼다."  따뜻히 격려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래도 스스로 인정해주는 연습을 오늘부터 시작해보렵니다. 나에게 건내는 따뜻한 공감과 격려로 조금 더 빨리 공황장애에서 치유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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