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손과 발이 한 몸인데도 한 몸이기 쉽지 않았던 DDR.
내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화살표의 세례를 따를 도리가 없었다.
눈은 너무 느리고 발은 더뎠다.
이 눈치 없는 속도로는 거북이도 따라잡지 못하지, 낙심했다.
리듬의 신이 꿈에라도 강림하시어 내 머리에 손 한 번 얹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입맛만 다시다 고개 숙이기 수차례.
그런 날은 입맛도 써 애매한 보도블록만 꽝꽝 굴렀다.
몸으로 맘을 표현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딸을 처음 피아노 학원에 데리고 갔던 날 선생님께 말했다.
큰 욕심 없이요 자기가 치고 싶은 곡, 치고 싶을 때 칠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어머니, 그 정도가 되려면요 부지런히 연습해야 원할 때 즐길 수 있어요.
설렁설렁 대충대충 해도 되는 일이 있을까.
머리를 손질하는 디자이너도, 구두 수선공도, 참빗 장인도, 악기를 다루고, 운동을
하는 것도 하루하루 땀 흘려 쌓이는 대가만큼이다. 그것만큼 정직한 것이 없다.
DDR은 멀어졌지만, 몸으로 마음 표현할 하나를 찾느라 옛 생각을 뒤진다.
(사진 : 게임동아. 2019.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