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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카포트 Apr 09. 2024

나쁜 말을 하면 밤에 잠이 오지 않는다




나이들어 부모님과 함께 살다보니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이를테면 지금은 많이 괜찮아 졌지만

아직도 구석구석에 베여 있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 같은 것.

아버지께 그런 모습이 보일 때면

나는 못마땅해 하며 꼭 한마디씩 건네곤 하는데

적당히 하면 좋을 것을

어쩔 때는 과거 일까지 굳이 들추어내

서로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르는 말을 해댄다.


그런 밤이면 나는 쉬이 잠들지 못한다.

내입으로 내뱉은 비수는

그대로 나에게로 돌아와 꽂혀서

새벽 두세시가 되도록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그날도 역시 나는 나쁜말을 뱉어 놓고선

혼자서만 잠에 들지 못했다.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다

괜히 휴대폰을 들어 인터넷 쇼핑몰을 뒤졌다.

아버지 잠옷을 두 벌 샀다.


다음 날,

아버지 퇴근하시는 소리에 설레는 마음으로

현관까지 달려나가 잠옷을 보여드렸다.

“또 무슨 심경으로 이런 걸 샀나”

하시는 아버지.

나는 또 마음이 베베 꼬여서는

왜 고맙다는 말은 하지도 않느냐고

괜히 짹짹거리며 생색을 내었다.


사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라,

이 잠옷과 같다고

좀 알아 달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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