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손끝

아이돌봄기

by 레이커스

아기의 손끝에서 온기를 느낀다. 잠시만 이대로 있어도 될까. 고사리 같은 아기의 손에서 나는 과거를 본다. 나의 어머니. 엄마도 이렇게 아기의 손끝을 만졌을 테지. 지금의 내 나이보다도 젊었을 그녀 역시 잠시만, 하고 이렇게 손끝을 어루만졌을까.


아기는 말똥말똥, 손끝을 이리저리 움직여댄다. 언제까지 이 손끝을 잡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온기를 끝까지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칭얼대기 시작하는 아기의 등을 두드리다가 이내 나도 아기도 잠에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젊은 엄마의 손끝을 떠올리려 했지만, 도무지 잡히지 않았다.


애앵애앵, 아기 울음소리에 화들짝 깬다. 어렸을 적 나는 엄마 등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껌딱지랬다. 집안일을 하기 위해 잠시만 내려놔도 으앙, 하고 우는 탓에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엄마는 늘 얘기하곤 했다.


네다섯 살 쯤이었을까. 엄마가 잠깐 외출한 사이 형과 함께 단 둘이 집에 있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형과 두 살 터울이었기에 그 역시 어린아이였지만, 형은 혹시라도 내가 울까 봐 게임기를 꺼내 나와 놀아줬다. 그러던 중 게임이 잘 안 풀렸는지 아니면 무슨 이유에서인가 나는 게임기를 내팽개치고 엄마를 찾으며 울었다. 형이 애써 달래 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나는 꺼이꺼이 목놓아 울며 베란다 바깥 창문을 두들기며 엄마를 찾았다. 멀리 보이던 엄마는 그 장면을 보았는지 아니면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서둘러 집을 향해 뛰어왔고 나를 부둥켜안아줬다.


또 어떤 하루는 형이 유치원 소풍을 가는 바람에 엄마가 나를 옆집 아주머니에게 맡긴 일이 있었다.(그때 당시만 해도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왕래가 잦았다.) 옆집에도 내 또래 아이가 있어 같이 잘 노는 줄만 알았는데 하루 종일 내가 우는 바람에 이웃 아주머니가 몹시 난처해했다는 이야기를 나는 엄마로부터 수없이 들었다.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를 본격적으로 돌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 이야기들을 새겨듣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고도 일에 치이다 보니 아내의 고충을 그저 들어주기만 하고 돌봄의 이면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가 보채고 칭얼거리다 내 품에 안겨 잠기는 하루가 몇 차례 반복된 뒤에야 비로소 나는 그간의 무심함과 이별할 수 있었다. 나의 엄마, 아내,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어머니에 대한 경외감과 함께 아이의 손끝을 다시금 매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