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영화 <애정만세> : 메이린의 관점에서
죽음조차 따스하게 나를 품어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황홀이겠지요.
나는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찾고 있는지, 무엇을 잃었는지조차도 모른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길거리를 걸으며 낯선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고, 그들 속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마다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허무함은 점점 더 짙어져만 갑니다. 나의 삶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 그리고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합니다.
사랑을 찾기 위해 나선 길이었지만, 사랑은 늘 나를 비껴갑니다. 그들의 미소와 따뜻한 손길도 결국엔 나를 깊은 외로움 속으로 던져놓을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들의 감정에 점점 더 무감각해져 갔습니다. 사랑이란, 결국에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 그 순간은 뜨겁고 생생하지만, 그 뒤에는 언제나 쓸쓸한 공허만이 남습니다.
.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점점 더 희미해져 가고, 나는 모두를 밀어내기로 선택했습니다. 나를 속인 그 사람들을, 나를 상처 주고 떠난 그들 모두를 미워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미움마저도 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연기하듯 내 삶 속에서 미움이라는 감정을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은 나를 미워한 것일까요? 아니면 내가 그들의 시선 속에서 미워하기를 스스로 선택한 것일까요? 그 답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가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나는 결국 나 자신에게로 돌아올 뿐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을 때, 나는 아주 작은 희미한 빛을 따라 걷고 있습니다. 그 빛은 나를 놀리기도 하고, 때로는 나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지만, 어쩌면 그 빛이 바로 내가 그토록 찾고 있었던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군요.
재미있는 사실은, 빛을 쫓아 따라가 터널로 들어가게 되면 마주하는 것은 빛이 아니라 터널의 입구라는 것이죠.
지난날에는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아주 패션감각이 뛰어나고 남성미가 넘치는, 그러나 볼품없이 속내가 초라한 한 남자를요. 그저 하룻밤을 보낼 목적으로 남자와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올 생각이었죠. 나는 그를 겉으로 사랑했습니다. 아주 열정적으로, 그의 겉면을 훑어내어 내 안에 스며들게끔 할 작정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의 내밀한 비밀까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당연히 그런 착각에 빠질 만큼 순진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밤만큼은 난 예수를 만난 듯, 그의 몸을 혀와 침으로 세례 할 듯이 덤벼들었습니다.
그의 품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찾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 순간 나는 더 깊은 고독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나는 그와 함께 있는 동안에도 혼자였습니다. 그의 숨소리가 내 귀에 맴돌고, 그의 체온이 내 피부에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고립된 나 자신 속에 갇혀 있었죠. 그는 나에게서 무언가를 기대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었습니다.
나 자신이 한없이 투명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타자와의 연결, 그리고 그들로부터 느끼는 위안조차도 결국에는 일시적일 뿐이겠죠. 그 남자도, 그와 함께한 시간도, 결국에는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았고, 그저 잠깐의 위로만을 찾아 헤맨 사람들이었죠.
그전에도 그런 만남은 전혀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그 남자의 허술한 꼬임에 난 또 넘어가 터무니없는 하룻밤을 다시 보내게 되었죠.
하지만 이제 난 완전히 지쳤습니다. 난 이제 인간이 두렵습니다. 정말로 괴로운 것은, ‘이제는 정말 괜찮아질 거야’라는 희망입니다. 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 무서웠으나 한때 헛된 희망을 품었던 적도 있지요. 어쩌면 난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이런 고통을 겪지 않고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실로 그러합니다. 날 움직이는 건 이 강렬한 고통, 내 곁에 아무것도 없다는 고통만이 날 살아가고 사랑하게끔 인도합니다.
실망하고, 울부짖고, 낯부끄러운 말들을 혼자 중얼거리고, 멍청한 글을 써내고, 인간답게 살 수 없다는 절망에 빠져 한참 술독에 오른 뒤에야 이런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나란 인간은 어쩌면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심연의 가장 깊은 것을 열렬히 찬양하며 탐구하는 학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매번 무너집니다. 그 끝없는 파괴와 재건의 순환 속에서 나는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답은 없습니다. 답이 있을 리 없죠. 모든 것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다시 쌓아 올려질 뿐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모든 무력감 속에서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 갈망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찾기 위해 여전히 발버둥 치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나 자신 속에서, 나는 그 작은 불빛을 쫓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