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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초향 Jul 17. 2024

생명은 소중해

도둑게 키우기

어느 날인가 손녀딸이 여권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여권 만료기간이  5년이라서 벌써 기한이 되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 것도 잘 안다. 뭐가 그리 똑똑 한지.

"왜?"

" 바닷가에 가. 사이판에."

아이가 커지니 딸네집이 비밀이 없어졌다.

1학년 입학 한지가 며칠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결석하는지 내심 걱정이 됐다.

꼰대라는 소리를 안 들으려면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다른 친구들도 다들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미주알고주알 우리 집에 다 일러바치는 손녀딸 때문이다.

그래서 그 집 일정을 본의 아니게 다 꿰뚫고 있다.


여행 떠나기 전날 우리 집에 온 손님이다

"할머니 여행 갔을 때 우리 집에서 토리 돌봐줬으니

이번엔 할머니가 우리 요미 잘 키워 줘" 한다

방과 후 수업에서 며칠 전 가져왔다고 한다. 전에는 올챙이를 키웠는데 요즘은

애완용이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게'도 키우나 보다

손녀딸을 어렸을 때 '귀요미'라고 불렀다.

그래서 이름을 '요미'로 지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따옴*


얼마 전 유럽 여행 갔을 때 눈이 안 보이는 우리 토리 케어하느냐 힘들었던

딸네집이다.

토리가 갑자기 세상이 암흑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겨우 적응하며 밥도 먹고 집안에서 움직이며 지내고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앉아있기만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지만 금세 적응을 했다.

여행 예매를 미리 해서 취소하기도 어려워 그냥 딸네집에 두고 떠났다.

딸네집에서 지내는 12일 동안 토리와 딸네가 힘들게 보냈다.

화장실 실수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눈이 안 보인 후론 아무 데나 대소변을 했었다.

지금은 그래도 살아있으니 어떻게 해서든 적응을 해 밥도 잘 먹고 점점 산책하는 시간도 길어져 가며 적응하는  중이다.


우리 토리 잘 봐줬으니 '요미'도 잘 봐야 한다는 엄포에 겁을 먹고

거실에 '요미'가 들어있는 사육통을 올려놨다. 사육통만 던져두고 갔으니 나도

생전 처음 보는 아이이고 키우는 방법은 전혀 몰랐다.

처음 보는 생명이 너무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이 오기 전에 죽어버릴까 가장 걱정이 됐다. 잘 키우라고 했는데 죽어버리면 심각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  인터넷을 뒤져 봤다


도둑게라고 한다.  사람이 사는 집에 몰래 와서 음식을 먹고 달아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바닷가 근처 습지, 바위틈, 논밭, 냇가 돌 밑 등에 서식을 하는데

집게발로 벽, 나무를 잘 타고 올라간다고 한다

등껍질에 웃는 표정이 있다고 스마일게라고도 한다

빨간 집게발이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게와 달랐다.

거실 불을 껐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토리도 귀를 쫑긋 한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데 사육통에서 나는 소리이다.

부스럭거리며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밥통을 밀고 다니고 바닥재를 이리저리 옮기며 움직이고 있다.

당근을 줬더니 두 집게발로 뜯어서 입으로 넣고 있다.

발로 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 신기하기 그지없다



아주 오래전 어릴 때 밤이 되면 어른들이 통을 들고 불을 켜고 게를 잡으러

갔던 기억이 났다.

뻘같은 곳에서 게가 불빛 따라 나오면 잽싸게 잡아 1년 동안 게장으로 먹었던 기억이 났다

그런 게가 인제 애완동물이 되었구나 싶었다.


저녁마다 퇴근하면 '게'앞에 앉아 쳐다보며 즐기고 있다.

사육통이 부실해서 바닥에 깔 모래도 구입하고 먹이도 구입했다.

굴을 파고 사는 동물이라서 바닥재의 깊이가 있어야 했다

모래도 두툼하게 깔아줬다.

항상 축축해야 한데  바닷물과 같은 염도가 있어야 하고 그릇에

담수를 담아둬서 번갈아 가며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적당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해서 쉴 수 있도록 그릇도 준비해 줬다.

이것저것 정리해서 살 수 있도록 해줬더니 '요미'가 생기가 돌았다.


살아있는 생명이라고 이것도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

벽을 타고 올라가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다보니

모든 생명은 다들 나름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우리 토리도, 요미도  나름 열심히 힘내며 살아가자꾸나.


#도둑게  #스마일게  #수집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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