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감기약

by Seulgilawn



"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입니다."


어렸을 적 친구들과 웃음거리 소재로 삼았던 자조적인 저 말이 얼마나 진리였는지 날이 갈수록 몸으로 느끼고 있다. 으스스하게 몸살 기운이 느껴져 보일러를 켜야 하나 거실로 나가 창 밖을 보니 목련에 꽃봉오리가 제법 올라왔다. 아이들은 일어난 지 꽤 됐는지 정신이 말끔하다.

몸살약을 뒤적이며 찾아내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몇 개의 영양제들도 함께 꺼냈다. 갑자기 다 먹으려 하니 멈칫한다. 우선 비타민제 한 알만 먹고 몸살감기약은 내려두었다.

아이들은 오전에 테니스를 하러 간다. 장소에 내려주고 조용한 커피숍을 찾아 디카페인 커피를 뜨겁게 요청을 한다. 치즈가 듬뿍 올려진 토스트를 함께 주문한다. 너무 뜨거운 건 몸이 안 좋다 했으니 조금 식혀두다가 적당 한 때 한 모금 넘긴다. 근육통이 싹 사라지지는 않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심리적 요인인지 디카페인 요인인지, 치즈의 요인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바로 약을 먹지 않고 더듬더듬 나 자신을 돌보며 뭐가 필요하고 어떤 게 중요한지 살피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나에게 최선을 다한 정성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살펴볼 여유가 있음에 감사하고, 가족들은 건강하니 나만 챙기면 돼서 감사한다.

작가의 이전글날 그만 잊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