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험담하는 사람. 이제 그 마음도 헤아려 본다.
불편해져버린 관계가 있다.
한동안 머릿속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일들인데 하루도 빠짐없이 했던 생각들인데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나지만 잊고 살고 있었다. 아니, 잊고 살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얼마 전 그 분의 지인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불편해져버린 관계의 그 분이 나랑 잘 지내는지 친한지 물어봤다고 말을 전해줬다. 그 분은 나랑 잘 지낸다고 짧게 대답했다고 한다.
예전에 불편한 감정이 최고치로 있었을 때라면은,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았을 것이고, 감정도 들쑥날쑥 했겠지만 그 사람의 이름이나 존재의 의미마저도 너무 오랜만인 상황에서 나와의 친분의 정도를 궁금해했던 그사람이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 관계가 멀어짐을 서로 느끼며 그렇게 각자의 길을 자연스럽게 갔다. 나와의 일들을 나를 잘 모르는 타인들에게 알리며, 본인의 속상한 마음을 보였다는 것도 나중에 들어서 알았다. 나는 얼굴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에대해 함부로 말한 것에 대해 화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저 사람은 저런 행동을 함으로써 마음이 편해지나보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어차피 나는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니까 내 삶에서 중요한 사람들이 아니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서로가 서로를 모르면서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무리를 나 혼자 지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라는 존재를 의식하고 신경쓰는 그 사람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서로 아이들을 키우며 몸과 마음이 얼마나 피로한지 아는 입장에서 더 이상 관계맺을 이유도 없고, 강제로 관계맺을 꺼리도 없는 나를 아직도 의식하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 사람의 피로한 마음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보다 7~8살 정도 나이가 많은 동네언니 였다. 동네언니 였지만, 아이들의 관계형성을 위해 억지로 맺어진 관계는 아니었다. 그 언니의 생활과 가치관 같은 것들이 좋았고, 조금은 달라 오해를 살 수 있던 그 언니의 삶들이 나는 마음이 동했고 좋았다.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은근히 어른들의 멀어진 분위기를 느끼며 눈치를 보는 것들이 참 안타까웠다. 눈앞의 즐거움을 즐기기에도 바쁜 초등학생들이 그런것들을 느끼기에 아이들의 마음들이 아까웠다. 그것이 제일 안타깝다. 아이들에게는 어른들의 일 이니 신경쓰지 말고 네가 해야할 일들(어른들에게 인사하기, 예의바르게 행동하기 등등)을 하면 그 뿐일 뿐 그 외의 것들은 어른들의 영역이니 편하게 지내라고 했다. 한 때 좋은 기억의 그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지고 담을 높게 쌓았지만 서로의 담 안에서 각자의 생활들을 열심히 해 나가며 그렇게 서로의 길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 좋았던 기억들까지 지금의 일 때문에 영향을 받아 흑빛으로 퇴색되지 않길 바라고 그래서 상대가 어떤 언행을 하더라고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내 추억이 소중히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