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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우 Dec 05. 2023

단발적 성교를 목적으로 사람을 낚는 행동

메챠쿠챠 와타시노 일상.


을 일삼는 이들을 우리는 ‘픽업 아티스트’라 칭한다. 한때는 그들이 공중파에 나와 자신이 여성에게 천 번을 대시 했다느니 개소리를 지껄이고는 했었는데 지금은 종사했던 모두가 사장된 듯 자처하는 이도 단어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 오늘 내가 적을 글은 신부동 픽업 아티스트. 오레 사마 되시겠다.



그것은 단순한 내기로 시작되었다. 2009년 신부동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입학 전까지 시간이 남아도는 그러나 천성이 건실하지 못해 생산적인 일은 할 생각을 못 하는 우리들이 있었다. 돈도 없고 일할 의지도 없음과 동시에 부모님께 용돈을 갈구할 만한 떳떳한 수능 성적표도 갖지 못했기에 우리는 만나면 그저 떠돌았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철학, 명언들은 그 시절 시간이 남아도는 누군가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과연 그랬다. 내다 버릴 시간이 차고 넘치는 서너 명으로 구성된 집단 지성은 그 또래보다 고상하게 고찰하고 사색했다. 그로써 우리는 추가 재료를 넣지 않고 끓일 경우 짬뽕에 가장 가까운 맛이 나는 라면은 오징어 짬뽕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양념 갈비보다는 입에 넣기 전까지 입맛대로 커스텀이 가능한 삼겹살이 질리지 않고 더 많이 먹을 수 있으니 이득이라는 것과 세상 모든 경우를 두고 보더라도 커피를 삼천 원이나 주고 사 마시는 것은 낭비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글을 스타벅스에서 오천오백 원짜리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를 마시며 쓰고 있다.


그날도 우리는 신부동 번화가 한구석에서 우리가 졸업한 고등학교 선생님들 중 누가 제일 싸움을 잘 할 것 같냐는 주제로 다소 거친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 와중 짖굳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만한 녀석 한 명이, 그로 적자면 본명을 알릴 수는 없지만 내가 지어준 별명은 문도요, 교내에서 하는 장래 희망 조사서에는 호주의 양치기라고 적어 교무실로 불려가 구타를 당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의 발언을 무시하고 대뜸 야, 일단 가위바위보.라고 말했다. 나는 아니, 그 자리 우리 모두는 결과에 따라 어떠한 대가가 필히 따를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럼에도 뺄 수는 없었다. 두 가지 이유로 그러한데 첫 번째로 가위바위보는 일종의 참가비의 개념으로 거부할 경우 앞으로 시작될 공연을 무료로 관람하겠다는 똥배짱과 같았으며, 두 번째로 결과에 따라 치르게 될 대가가 무서워 모험을 피했다는 취급을 받아 자존심이 상하고 싶지 않았다.


주먹과 가위와 보가 한데 모였다 흩어졌다. 한 번 두 번 모였다 흩어질 때마다 손의 개수는 줄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손은 내 것이었다. 문도는 지체 없이 내게 말했다.  

‘너 저 여자 번호 따 와.’

그제야 그의 속내를 알았다. 우리들 중 누구라도 한 명이 외간 여자에게 무참히 까이는 꼴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문도는 나를 그녀를 향해 밀었다. 문도가 그러자 나머지 친구들도 나를 밀었다. 나는 그들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버티며 ‘아, 다른 사람. 혼자 있는 사람으로 해 줘.’라고 앙탈을 부리며 애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도가 지목한 여성은 두 명의 일행들과 같이 잡화점 밖에 진열된 물건들을 보고 있었다. 거절당한다면 내 친구들에게뿐만이 아닌 그녀의 일행들에게도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 조금이라도 관객의 수를 줄이고자 용썼으나 문도와 친구들은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떠밀리듯 그녀의 앞에 섰다. 우물쭈물 대는 나를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는 그녀. 숙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나.

나는 저기요.라고 말해 그녀의 시선을 내게 돌렸다.


저… 핸드폰 번호 좀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자 그녀는 내 핸드폰을 낚아채더니 흔쾌히 자신의 번호를 찍었다. 나는 몇 번이고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고 다시 무리로 돌아왔다. 친구들은 제각기 오… 와… 등의 감탄사를 뱉으며 나를 칭찬했다. 문도만 빼고. 문도는 ‘아, 다시. 이거 아니야.’라고 말하며 거리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는 다른 여성을 지목하더니 내게 다녀오라 명했다. 그의 명은 나를 포함한 나머지 친구들에게 닿지 않았다. 친구들은 들떠서 내게 연락을 해보라는 둥, 여자 친구 생기는 거 아니냐는 둥 떠들었다. 나는 괜히 아, 무슨 연락을 해, 무슨 여자 친구여!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음날.

친구들에게는 별일 아닌 척했던 나는 어제의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늦은 오후 즈음에. 그러나 너무 늦지 않은, 약속이 잡히면 바로 나갈 수 있는 그런 시간에. 설레는 마음으로. 몇 분 후 그녀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아… 죄송하지만 어제는 친구분들 앞에서 창피하실 까봐 드린 거예요. 연락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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