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토요일 아침
오전 내 햇살이 거실 안쪽까지 따뜻하게 번져있었다.
휴일이 되면 거실 바닥에 대자로 잠시 누워 있곤 하는데 그때 등짝부터 느껴지는 편안함이란 휴일의 묘미 같다.
물론 일곱 살 된 막내가 누비고 노는 공간이기에 내게 허락된 시간이 길지는 않다.
그리고 내가 대자로 누워 있을 땐 막내 녀석은 어김없이 장난을 걸어온다.
엄마 배로 슬라임 놀이를 한다거나
옷 속으로 비비고 들어와 제 몸과 합체도 하고
비행기를 태워 달래기도 한다.
(누나 형아는 여섯 살엔 졸업한 놀이인데, 막내만의 특권으로 모든 허용기간이 최대로 연장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토요일은 웬일인가?
엄마 머리카락 중에 황금이 있다며
보물 찾기를 해야 한다며 내 머리칼 구석구석을 헤집어댔다.
황금색 머리칼을 발견하고는 바삐 형아를 부르고
또 하나를 찾더니 누나도 불러댄다.
"우와. 시온이가 진짜 황금 머리칼을 찾았다"
잠시 삼 남매는 엄마의 머리맡에서 대탐험을 하는 듯했다.
그러다 둘째 시안이가 대뜸
"근데 이건 염색된 흰머리카락이 빛을 받아서 황금색으로 보이는 거라"며 팩폭을 날린다.
엄마에게서 황금을 발견한 듯 탐구하던 막내 시온이는 실망한 듯했다. 귀한 것이라 잠시 믿었던 것의 정체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렇지 않나?
소중한 줄 알았는데 그 가치를 잃어가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물건도 성취도 기억도 때론 관계까지도.
그런 경우 우린 실망과 좌절, 낙담을 얘기한다.
그런데 요즘 다시, 새롭게 생각해 본다.
가치로운 것만이 다 좋고 우리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착각을 일삼는 우리는 가치도 뻥 튀겨 가며 기쁨을 탐닉하려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 '아주' 좋은 것을 경계하게 된다.
보통에 만족하고 모자라도 실망하지 않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나름 괜찮아.
그 정도면 충분해.
일곱 살 막내 시온이가 내 머리칼을 뒤지며 황금을 찾던 모습.
내 아들이라 그런가 나를 닳았나 보다.
이제 마흔넷인데 바로 얼마 전까지 일곱 살처럼 살았다는 게 부끄럽다.
한편,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나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