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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민 Apr 21. 2024

강제추행죄에서 폭행과 협박의 의미

쟁점: 강제추행죄에서 폭행과 협박의 의미


법률용어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와 다릅니다. 그런데 더 까다로운 점은 같은 법률용어라고 하더라도 그 쓰임에 따라서 범위가 다르기도 합니다. 폭행과 협박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폭행죄에서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위법한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를 말합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맞지 않더라도 사람을 향해 물건을 던지는 행위도 폭행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강간죄에서의 폭행은 의미가 다릅니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폭행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를 말하고 이는 폭행죄의 범위보다 좁습니다. 이 판례 이전까지는 강제추행죄에서도 강간죄와 마찬가지로 폭행의 의미를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 행사라고 보아 왔습니다.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4. 8. 15. 19:23경 피고인의 주거지 방 안에서 4촌 동생에게 "내 것 좀 만져줄 수 있느냐?"라며 피해자의 왼손을 잡아 피고인의 성기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며 집에 가겠다고 말하자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라며 피해자를 양팔로 안은 다음 피해자의 가슴을 만졌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합 판결)


강제추행죄의 범죄구성요건과 보호법익, 종래의 판례 법리의 문제점,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판례 법리와 재판 실무의 변화에 따라 해석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성 등에 비추어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는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하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폭행)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협박)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 원심은 "만져줄 수 있느냐?", "안아줄 수 있느냐?" 정도의 발언은 피해자에게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말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강제추행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폭행과 협박에 대한 의미를 넓게 인정하여 강제추행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폭행과 협박의 범위를 넓게 인정한 이유는 많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습추행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입니다. 유형력의 행사 자체가 추행행위인 '기습추행'의 경우에는 힘의 대소강약을 구분하지 않고 강제추행으로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지나가면서 허벅지를 갑자기 만지고 가버리는 경우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힘을 쓴 것은 아니지만 유형력 자체가 추행행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같은 강제추행에서 이 사건과 같이 유형력이 선행되는 경우(저항하면 때리겠다고 미리 말한 경우)에도 폭행과 협박의 의미를 넓게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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