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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투표의 차이, 선거의 필요성

by 이동민 Feb 05. 2025


우리는 흔히 선거와 투표를 같은 의미로 혼용하지만 이 두 용어는 법적·개념적으로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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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Election)


공직자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후보자 등록, 당선과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운동(선거운동), 투표, 개표, 당선인의 결정까지의 모든 절차를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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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Voting)


선거를 하거나 가부를 결정할 때 용지에 의사를 표시하여 내는 것 또는 그 의사가 나타난 표를 말한다.


선거에 있어서 투표는 선거권자가 의사를 표시하는 협의의 개념이지만 꼭 선거와 관련되지 않은 투표도 있다(예: 탄핵을 위한 투표).







선거는 대표자 또는 공직에 임할 사람(보통은 정치인)을 투표로 뽑는 전 과정을 말한다. 후보자의 결정,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활동, 투표, 개표, 당선인의 확정 등 모든 절차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투표는 의사를 용지 내지 전자적 방법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선거의 측면에서 보자면 투표는 선거의 한 과정으로 하위 개념에 해당한다. 하지만 투표 중에는 선거를 위한 투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회는 2024. 12. 4. 새벽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채택을 위해 전자적 방법으로 투표를 했다. 이어서 국회는 2024. 12. 7. 그리고 2024. 12. 14. 대통령 탄핵을 위한 투표도 했으니 이런 투표는 누군가를 선출하기 위한 의사표시가 아니었다.





꼭 선거를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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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24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

제25조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담임권을 가진다.

제41조 제1항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제67조 제1항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공직선거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대한민국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한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선거의 필요성을 설명하기에 앞서 민주주의라는 용어에 대하여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Democracy)는 이념을 뜻하는 '-주의(主義)'로 번역이 되었으나, 사회주의(Socialism)나 자본주의(Capitalism)와 같은 이념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민중을 뜻하는 demos와 지배를 뜻하는 kratos의 합성어인 democracy는 상황에 따라 민주정(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치체제) 내지는 민주적 과정(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절차적 요소)으로 번역, 해석되는 것이 합당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이념적으로 경도되고 그 자체만으로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위의 말이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지금 당장 법전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실제로 대한민국헌법에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단 한 번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용법도 상당히 잘못되었다.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단 한 번 등장하지만 용례에 문제가 되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헌법 제32조 제2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헌법에서 제32조 제2항을 제외하면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위 조항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오히려 어색하고 다른 조항과 형식상으로도 통일되지 않는다. 우선 법률은 법률 제적권자의 선출부터 법률의 공포까지 모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다.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뽑고, 주권자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이 대화와 토론,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법률안을 법률로 만든다. 더군다나 다른 헌법 조항은 위와 같은 목적에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2조 제1항)', '통신·방송의 시설 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21조 제3항)' 등 필요한 사항을 법률에 유보한다는 조항은 수없이 많지만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democracy는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또는 (현재 대한민국 일부 세력이 추앙하는) 전체주의(Totalitarianism)의 반대 이념이 아니라 주권 재민의 정부형태로서 민주정, 대화와 타협 그리고 토론과 양보를 통한 의견 수렴 과정으로서의 민주적 의사결정(절차)으로 명명할 필요가 있다. democracy라는 용어를 적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을 반체제 세력으로부터 지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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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고찰을 통해 선거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선거권의 주체는 국민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선거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일부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에게 선거권이 주어지지만 이는 예외적 허용에 불과하다. 국민 모두는 공화정의 주인이자 민주정의 구성원이다. 


둘째, 선거는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공정하게 행하여 지는 바, 우리는 선거를 통해 자유로운 의사의 표명, 대화와 토론 그리고 숙의를 통한 결정이라는 민주적 절차의 가치를 학습한다. 선거를 제외하면 국민이 자신의 사상과 견해, 또는 정책에 대한 입장을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은 그리 많지 않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절차의 소중함을 알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훈련한다. 

셋째, 선거는 부정에 대한 처벌을 형법과는 별도로 규정하는 방법으로 반칙에 대한 무관용의 영역이 있음을 확인하여 준다. 국민의 일상적인 삶에서 대부분의 반칙은 가벼운 제재를 통해 규율된다. 초등학생이 달리기 시합에서 부정 출발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는 상황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단순한 반칙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상당한 정도의 공적 성격을 갖는다면 아주 가벼운 위반만으로도 무거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보통은 그것을 형법과 형사처벌이라는 시스템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알게 되지만, 공직선거법은 그 수준이 '무관용'에 가까운 영역이다.


예컨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죄가 되지 않는다. 진실한 사실이든 허위의 사실이든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였을 때 비로소 처벌될 뿐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에서는 후보자를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의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경우 해당 후보자의 명예훼손 여부와 상관없이 유포자가 처벌된다. 이는 후보자 개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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