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woman
밥 먹는 동안 뽀로로 보여주지 말아야지. 세 살까지는 어린이집 보내지 말고 엄마 손에 키워야지. 설탕 밀가루 듬뿍인 가공식품은 처음부터 맛보게 하지 말아야지.
는 무슨.
아기를 갖기전에 다짐했던 것들을 단 하나도 지키고 있지 못하고 있다. 역시 겪어보기도 전에 센 척은 할게 아닌가보다. 어린이집 상담을 받고 왔고 3월부터 등원 시키기로 했다. 아직 모유 수유 중이라 카페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하루 한 잔은 괜찮다는 책 대목에 밑줄을 그으며 호로록 한 모금 나 자신을 위로한다. 매일 아침 "Ok, google. 신나는 영어동요 틀어줘."를 외친다. 패드 화면앞에 궁둥이를 흔들도록 라은이를 맡겨둔 채 후다닥 세수를 한다.
잘 몰라서 실수하는 것들도 있지만, 사실 알지만 모르는 척 덮어두는 것도 많다. 개월 수 넘어갈 때 마다 육아서적을 펼쳐서 그 시기 발달사항, 놀이, 식단, 주의사항 등을 꼭 살펴보고는 있지만 점점 그냥 보기만 한다. 완벽히 지킬수 없다는걸 너무나 적나라하게 겪어왔기에.
결론적으로 나는 참 교만했었고, 수십 번 수백 번 씩 깨지면서 겸허히 나의 한계를 받아 들여나가고 있다. 나름 교육에 일가견이 있고 타고난 감각도 있다고 믿었었다. 일등 엄마가 되어줄 자신도 있었다. 이리저리 휩쓸리고 싶지 않아서 그 흔한 맘카페조차 가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아이가 자라나고 자아가 생기고 자의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야기는 달라졌다. 나의 반쪽을 담고 내 배 속에서 자란 아이지만, 한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광활한 우주는 결코 내 손바닥 안에 담아둘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육아의 세계. 최고보다는 최선을 찾으며 그렇게 같이 성장해나가는 거구나 싶다.
어린이집 상담을 마치고 나와 따뜻한 밀크티 한잔을 들이키는 지금. 1인 소파를 침대 삼아 곤히 잠든 아기. 라고 하는 순간 으앙 울며 나를 향해 두팔을 벌린다. 오구오구. 아직 엄마품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지만, 언젠가 엄마의 부족한 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겠지. 슈퍼우먼인 줄 알았던 엄마가 그렇지 않다는걸 알았을 때 적잖이 실망도 할거야. 너의 우주에서 엄마의 자리가 많이 작아지더라도, super woman은 못될지라도, 엄마랑 supper(저녁식사) 한 끼 하고픈 마음은 늘 남겨주길 바라.
오늘도 사랑해. 많이 부족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