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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nkiN Dec 09. 2024

스마트 홈

내 집 꾸미기

 이번 주말은 책도 읽지 못하고 글도 쓰지 못해 11시 40분이 넘어가는 현재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냥 잘까도 싶었지만 이 루틴이 깨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리에 앉았다.


 최근에 나는 집의 구성요소를 자동화하고 음성명령에 따라 제어될 수 있도록 하는데 관심이 쏠려있다. 계기는 이사할 때 전동커튼만은 너무나도 하고 싶었는데 막상 설치하고 나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안방을 안 한 게 후회가 될 정도였다. 그리고 리모컨이 너무 많았다. 스피커 리모컨, 전동 리모컨, 실링팬 리모컨, 에어컨 리모컨 등등... 거실서랍장에 한 칸은 리모컨만 있다.


 이것을 하나로 통합해서 음성으로 관리하고 나아가 현재 환경에 맞게 자동적으로 제어하고 싶었다. 그렇게 IOT 온습도계, IOT 플러그, 스마트 리모컨 등등... 장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IOT에 대한 사용자들의 수준은 굉장히 높지만 회사들은 광고만 스마트하다 제품 자체는 전혀 스마트하지 못하다.


 가령 LG와 삼성은 서로의 가전제품을 서로 호환시켜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했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호환되는 기종이 3개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탁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일부 기종에 한해서만 호환이 된다. 시스템 에어컨이 필수 옵션인데 가지고 있는 가전과 브랜드가 다를 시에는 별도로 제어해야 한다. 가전은 삼성이고 에어컨은 LG라 하면 가전은 삼성의 스마트싱스로 제어하고 에어컨은 LG 싱큐로 제어해야 하는 우스운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두 업체의 제품은 구글 홈에서는 다 호환이 된다. 물론 기능의 제한이 있지만 기본적인 조작에는 문제가 없다. 구글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상호협력한다고 말이나 하지 말지. 최근에 읽은 책중에 2025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공진화'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회사 간 상호협력을 통해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삼성과 LG는 공진화를 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구글 홈을 메인으로 두고 삼성과 LG를 통합시켰다. 구글 네스트 허브를 당근으로 사 왔다. 가격은 비쌌으나 미개봉품이고 국내에서는 중고 밖에 없는지라 감수하고 샀다. 화질도 좋고 말을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다. 가격이 아쉽지 않을 만큼 잘 쓰고 있다. 가족사진을 로테이션으로 지정해 놨기 때문에 액자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이제 집에 있는 기기는 전부 음성제어가 가능한 시점이 되었다. 가습기, 제습기, 에어컨, 실링팬, 스피커 등은 음성명령화까지는 처리했지만 문제는 월패드에 있는 기능들이었다. 이 기능들은 구글홈이나 스마트싱스 허브로 불러들일 수 없었고 따라서 보일러, 전등, 환풍기등은 음성명령은커녕 자동화도 불가능했다. 월패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원격연결만 가능할 뿐이다.


 방법이 없나 찾아보던 중 브릿지 허브라는 것을 발견했으나 판매는 종료되었고 설치가 어렵다 판단하여 포기를 했었다. 월패드를 열고 단자함을 보고 전선을 직접 연결을 해야 하는 것이라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새집을 망가뜨리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자동화의 열망은 점점 커져갔고 브릿지 허브라는 제품을 중고라도 사야 하나 찾아봤지만 제품가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신제품을 개발 중이라고는 하는데 기약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비슷한 제품이 나왔다. 이 제품은 '월티'라는 제품인데 아직 전국에 서비스하고 있지는 않았다. 자가설치 프로모션이 있어 기다렸다가 프로모션 시작하자마자 바로 구매했다. 배송까지 2주 가까이 걸렸는데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


 토요일 오후에 수령하고 저녁에 설치를 시도해 보았으나 잘 되지 않았다. 잘 작동하고 있는 기계를 건드는 것이 무서웠다. 자칫하면 되던 기능들도 안되면 어떡하나 싶었다. 설치 사례들을 찾아보면서 혼신의 힘을 다했건만 잘 되지 않았다. 일요일에 하기로 하고 잠을 자려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일요일 오전 9시가 안 된 이른 시간, 원래라면 조깅을 하러 갈 시간이지만 다이소로 향했다. 잠이 오지 않아 설치 사례를 더 찾아보다 보니 다른 방법이 있었다. 이 정도라면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필요한 부품을 구하러 간 것이다. 멀티탭, 5V 1A 마이크로 5핀 충전기는 구했으나 랜선을 분배할 2:1 Y커플러를 구할 수가 없었다. 다이소에는 1:1 커플러밖에 있지 않았고 2:1 커플러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쏘다녔다. 마트도 휴무일이었고 가볼 만한 데가 마땅찮아 2시간째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삼화문구몰에 Y커플러를 파는 것을 알아냈고 약 10킬로 떨어진 삼화문구몰로 달려갔다. 전산용품 코너에서 유심히 찾으니 구석편에 3개가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말 계륵 같은 존재다. 쓸려고 하니 없고 갖고 있자니 쓸모가 없고. 그렇게 2시간 반을 허비하고 집에 돌아와 간단하게 빵으로 요기를 하고 다시 설치를 시작했다.


 전원을 연결하고 애플리케이션에 기능들이 무수히 올라오는 순간 날아갈 것 같았다. 이런저런 테스트를 다 해보고 선 정리도 마친 후 점심식사를 하는데 갑자기 허무감이 몰려왔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이 고생을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스마트싱스에 불려 오려고 애플리케이션 설정을 하는데 또 막힌다. 나는 전산 개발자이기도 한데 대학생 시절 안드로이드 OS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이던 시절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 봤는데 너무 낯설다. 이럴 때면 나는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생각이 든다. 신문물에 점점 약해지고 반감이 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런저런 세팅을 다 마치고 나니 오후 4시가 되었다. 부랴부랴 옷을 입고 조깅을 하러 나간다. 해가 지기 전에 얼른 뛰고 와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조깅을 하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 와이프와 외식을 하러 나갔다. 저녁을 먹고 알라딘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다 보니 10시가 되어버렸다. 빨래를 개고 가습기를 청소하고 나니 11시가 되어버렸다. 진작에 잠에 들어야 할 시간이지만 나는 아직 씻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모든 일을 끝마쳤으니 편히 잠들 수가 있겠다. 우리 집이 스마트 홈에 한 발짝 더 다가섰고 고장 난 것도 없다. 두서없지만 이렇게 글도 끝마치고 있고 따뜻한 물에 몸을 데우고 숙면에 들어가야겠다. 스마트 홈에 대한 내용을 말하고 싶었던 건지 나의 나름대로 다사다난한 주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음번에는 우리 집의 자동화된 기능들을 자랑하는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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