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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Mar 16. 2022

내게는 쉽지 않은 일

자기소개하기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평생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자기소개’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생활이 꼭 직업을 가지고 하는 생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으니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대표적인 상황이라면 회사 면접시험이 있을 것이다. 새로이 시작하는 각종 공적 사적 모임에서도 자기소개는 빠지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꼭 어른이 되어서야 하는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를 비롯해서 학교에 다닐 때도 자기소개를 해야만 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새 학기가 되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라고 시키시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우리 아들도 새 학기 첫날  첫 시간에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고 한다. 중학생 아이들이 어떻게 자기소개를 했는지 궁금해서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물어봤더니 이건 뭐 1분 자기소개가 아니라 3초 자기소개 수준이다. 그나마 선생님이 이름 외에 좋아하는 것을 꼭 말하라고 미션을 주셔서 그 정도가 된 것 같다. 우리 아들은 “안녕, 나는 ooo이야. 나는 철갑상어와 축구를 좋아해.”라고 하고 끝냈단다.




  보통 자기소개 시간이 되면 장황하게 하면 안 되고, 1분 이내에 소개를 마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원이 많고 시간의 제약이 있을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1분 이내에 그 모임과 상황, 요구에 부합하는 내용을 잘 정리하여 자기소개를 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은 게 아니라 무척이나 어렵다. 특히 내향적인 사람에게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기소개 시간이 제일 두렵고 싫을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MBTI 검사를 해 보면 늘 내향형의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20대 때도 그랬고 마흔이 넘은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농담까지 섞어가며 자기소개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해 보이고 부러울 때가 많다.

      

  하지만 나도 자기소개를 할 때 겉으로 보기엔 그렇게 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몸을 떤다거나 말문이 막히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무척 긴장하고 있다. 내 순서가 다가올 때마다 손에서 땀이 난다.      


  그 짧은 1분의 시간이 뭐라고 그렇게 긴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단 그 1분만 잘 넘기면 그다음부터는 그 모임에서 더 이상 긴장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소개를 마치고 나면 어느 새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어느 정도 편해지고 대화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름을 알고,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그 자리나 모임에 온 목적과 동기 등을 공유하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왠지 모를 유대감이 형성되기 마련이니까. 이래서 어디를 가든 부담스럽지만 자기소개부터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나는 자기소개를 했다. 오늘부터 신현수 작가님의 동화창작교실 수업이 시작되었고 첫날이라 자기소개를 해야 했다. 작가님을 포함하여 총 15명의 인원이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했다.     

 

  자기소개 순서는 이름순이었다. 나는 임 씨이기 때문에 다행히(?!) 순서가 뒤쪽이었다. 이런 날은 내가 ‘강 씨’나 ‘김 씨’가 아닌 게 참으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줌(zoom)의 참가자 명단을 보면 내가 언제 소개를 할 것인지도 예측이 가능해서 좋았다.      




  역시나 떨리는 1분 간의 자기소개를 하고 나니 오늘 처음 동화창작교실에서 만난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강생 분들이 훨씬 가깝게 느껴졌다. 신현수 작가님도 마찬가지였다. 브런치 글로만 뵈다가 실제 모습도 뵙고 직접 그분에 대해 듣고 나니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선생님을 뵙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앞으로 동화창작 수업을 들으며 동화에 대해 공부도 하고, 실제 동화도 쓰게 될 텐데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수강생 분들, 아니 ‘글벗’님들과 서로의 작품에 대해 합평 시간도 가지게 된다는데 엄청 떨리면서도 역시 기대가 된다. 작가님께서 ‘문우(文友)’라는 표현보다 ‘글벗’이라는 말이 더 좋은 것 같다고 하셨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너무 예쁜 말이 아닌가. ‘글벗’.     


  브런치를 통해서도 조금씩이지만 글벗들이 생기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감사하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글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고 즐거운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오늘 한 자기소개가 내 인생에서 몇 번째였는지 알 수 있다면 참 재미있을 텐데...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오늘부터라도 한번 세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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