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틱, 틱... 붐!> 리뷰
영화 <틱, 틱... 붐!>은 뮤지컬 <렌트>의 극작가이자 작곡가로 유명한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뮤지컬 <틱, 틱, 붐>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드라마틱했던 조너선 라슨의 삶, 그 중에서도 가장 고단했고 치열했던 시절을 조명한다. 그가 8년 여를 매달렸던 작품 <슈퍼비아>를 준비하고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전기세를 내지 못할 정도의 생활고와 꿈과 사랑, 그리고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야 했던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슬프고도 매력적인 뮤지컬 영화로 그려내고 있다.
<틱, 틱... 붐!>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조너선 라슨을 완벽하게 재현한 앤드류 가필드의 연기다.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앤드류 가필드의 장악력은 기대 이상이고, 연기력 뿐만 아니라 노래와 안무 역시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조너선 라슨의 생애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더라도, 앤드류 가필드만의 풍부하고 깊이 있는 연기만으로 그의 삶에 흠뻑 빠져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정도다. 꿈에 대한 열정이 넘치고 낙천적이면서도 현실의 벽과 끝없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예술가의 삶과 고뇌를 완벽히 표현해냈다. 앤드류 가필드는 <틱, 틱... 붐!>을 통해 2022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코미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미국 아카데미 어워드에서도 남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되었다.
뮤지컬 영화로서의 연출도 굉장히 좋았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모든 넘버들이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이 영화를 시청했는데, 영화관에서 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영화의 사운드들이 좋았다. 음악적인 지식이 깊지 못해 더 많은 이야기를 적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뜬금 없는 포인트에서 깔리는 반주와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노래들이 뮤지컬 영화의 연출로서 즐겁고 훌륭하게 작용하고, 재치 있는 가사 역시 듣는 재미가 있다.
영화에서 전개되는 스토리가 무대 위에서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조너선의 대사와 노래가 교차되어가며 보여지는 연출이 굉장히 좋았다. 장면 전환이 빨라 정신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흡입력 있는 전개로 관객들을 이끈다. 수영장 씬과 같이 음악 영화에서만 가능할 독특한 연출 역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바네사 허진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기뻤다. <틱, 틱... 붐!>이라는 작품 안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았으나, 어린 시절 <하이 스쿨 뮤지컬> 시리즈의 팬이었던 나에게 바네사 허진스는 오랜 하이틴 스타였기 때문에, 그녀가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모습을 보는 것은 기분 좋고 벅찬 일이었다.
뮤지컬 영화, 음악 영화라면 관대한 마음으로 좋아하고 보는 나지만, <틱, 틱... 붐!>은 웰메이드 뮤지컬 영화를 기대한 이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군무나 웅장한 앙상블은 없지만, 그 자체로 빛나는 뮤지컬 영화다. 단순히 즐기기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너선이 마주하는 현실의 장벽과 수많은 압박은 현실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공감할 수 있는 슬픔으로, 고단하고 힘든 삶 속에서도 꿈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잃지 않는 조너선의 모습은 가슴 찡해지는 위로로 다가온다.
<틱, 틱... 붐!>이라는 영화를 보고 있자면,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빛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끊임없이 꿈을 꾸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또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서도. 때로 무너지고 실패하더라도 그 자체로 빛날 수 있는 게 인생임을 말해주는 영화다. 웰메이드 뮤지컬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 혹은 쉼 없이 달려가야만 하는 하루들에 지쳐 있고, 이 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이들에게 영화 <틱, 틱... 붐!>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