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스쿨> 리뷰
1. 속도감 있는 전개와 연속적인 몰입도
16부작으로 이루어져 한 주에 2회차씩 방송되는 드라마가 가져야 할 여러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몰입도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의 종류가 점점 더 다양해지는 지금 매주 시청자들을 티비 앞에 앉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드라마 <로스쿨> 역시 16부작으로 이루어진 드라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번에 읽어내려가게 되는 장편 소설처럼 높은 몰입도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드라마 <로스쿨>이 자랑하는 연속적인 몰입도는 1화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를 다시 정주행하면서야 느낄 수 있었던 사실이지만, <로스쿨>은 이미 1화에서부터 총 16부작 동안 전개될 사건들에 대한 대부분의 떡밥이 뿌려진다. 드라마 전반을 이끌어가는 서병주 교수 살인사건과 용의선상에 오른 양교수, 성범죄자인 이만호의 출소, 예슬이와 예슬이의 남자친구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까지, 앞으로 드라마에서 서로 맞물려 일어날 다양한 사건들이 1화에서 이미 암시되고 있다.
1화부터 빠른 전개와 많은 정보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시청자들을 드라마 안으로 확 끌어당긴 <로스쿨>은 양종훈과 한준휘가 서병주 교수 살인사건의 진범을 파헤치는 것을 시작으로 강솔B의 논문 표절, 서지호의 진 검사 기소, 전예슬의 데이트폭력과 정당방위, 고형수 의원의 댓글 조작까지 수없이 많은 사건들이 서로 맞물리며 전개된다.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이야기들이 서로 적절히 맞물려 있고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공감하고 이해하며 사건에 몰입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지금껏 드라마를 보며 마치 영화를 볼 때처럼 하나의 호흡으로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던 건 <비밀의 숲> 시즌1과 <로스쿨>이 유일했다. 두 드라마의 결은 다르지만, 몰입도 높은 장르물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로스쿨>을 정주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2. 앞으로 나아가는 예비 법조인들의 이야기
지금껏 법을 다룬 드라마라고 하면 이미 법복을 입은 검사와 변호사의 이야기, 실제 재판장에서의 이야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로스쿨>은 드라마의 제목처럼, 법조인이 되기 위해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가 예비 법조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좋은 법조인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좋은 법조인을 만들지는 못해도 양아치 법조인은 만들지 않겠다는 양종훈 교수의 신념과 한국대 로스쿨 학생들을 이끄는 대부분의 훌륭한 어른들 아래 한발자국씩 나아간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마음껏 배우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학생이라는 점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변화와 성장을 응원하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코피를 흘려가며 공부해도 유급을 걱정해야 하는 솔A는 따뜻한 마음과 불타는 정의감만은 누구보다도 앞서는 사람이다. 솔A는 극중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통해 실무를 경험하고 교수들의 가르침 속에 끊임없이 부딪히고 나아가며 자신이 가진 정의감을 실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법조인으로 성장해간다.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던 서지호와 솔B는 동기들과 함께하는 법을 배우고 실력만 있는 법조인이 아닌, 실력과 자격을 모두 갖춘 법조인이 되어간다. 또한 예슬이는 자신이 직접 겪었던 아픈 일을 딛고 본인과 비슷한 사례의 피해자들을 도우며 성장한다.
이미 완성형인 법조인들이 법정에서 다투는 이야기가 아닌, 법을 배우는 학생들이 법에 더 가까이 다가서고 더욱 훌륭한 법조인으로 성장해가는 드라마는 그 과정 자체로 즐거움과 울림을 줄 뿐 아니라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도 기대하고 상상하게 한다. <로스쿨>의 많은 애청자들이 간절히 시즌2를 염원했던 것도 아마 그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3. 빛났던 배우들의 앙상블
독보적인 캐릭터 양종훈 교수를 연기한 배우 김명민은 그가 본인의 이름만으로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는 배우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단어가 많이 등장하고 대사량 자체도 많은 법률 드라마지만, 김명민 배우는 아주 긴 분량의 대사를 원테이크로 소화하는 등 뛰어난 역량을 펼쳤다.
한국대 로스쿨 재학생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와, 그들의 케미 역시 드라마 안에서 빛을 발했다.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고, 여러 이야기가 등장할수록 모든 이야기가 힘을 잃지 않으려면 연출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몰입도 역시 중요하다. 김명민과 이정은 등 베테랑의 중년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로 극 전체에 안정감을 선사했다면 김범과 류혜영, 고윤정, 이수경, 이다윗 등 젊은 배우들이 탄탄하고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캐릭터에 사실감과 설득력을 더했다.
등장인물과 사건이 많다는 것은 한 명 한 명의 등장인물의 서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로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설득력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로스쿨>은 많은 등장인물에도 불구하고 각 캐릭터의 서사를 연출로서 잘 풀어낸 편에 속하는 드라마지만, 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한층 더 높인 데는 본인들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내고 좋은 케미를 만들어낸 배우들의 몫도 분명 있었다고 생각한다.
4.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
드라마 <로스쿨>의 캐치프레이즈는 드라마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진실과 정의를 오로지 법으로 심판하고, 법으로 판단하겠다는 이 문장은 법 위에 어떤 것도 두지 않는 양종훈의 신념과도 닮아있고, 드라마 전체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함축해서 담고 있다.
<로스쿨>에서 선한 사람들이 이기는 방법은 법이다. 배드파마 명예훼손 사건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증명하여 위법성 조각사유로 인정받고, 예슬이의 중상해죄가 정당방위를 증명하여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처럼, 법을 토대로 한 공정한 저울질을 통해 억울한 이를 만들지 않는다. 여기서 <로스쿨>이 강조하는 것은 법이 불완전한 정의라는 것이다. 법만으로 실현될 수 있는 정의는 없다. 법을 정의롭게 만들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이다.
선한 사람들이 법으로 승리했다면, 악한 이들도 법으로 심판받는다. <로스쿨>에는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여럿 등장한다. 극 초반의 이만호부터 진 검사, 고영창과 고형수 의원까지 양종훈 교수 및 한국대 로스쿨의 학생들과 대립하는 위치에 서 있다. 이 드라마는 오로지 법으로서 그들을 심판하고 벌한다.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워보이면서도,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자 이뤄져야 할 모습이 <로스쿨> 안에서는 실현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드라마 <로스쿨>은 오로지 법으로 진실과 정의를 심판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현실을 꼬집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어떤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리뷰를 위해 <로스쿨>을 쭉 다시 보면서, 본방송으로 볼 때 느꼈던 몰입감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높은 몰입도와 속도감 있는 전개의 장르물 드라마를 선호한다면, 신선한 느낌의 법률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드라마 <로스쿨>을 보는 것을 추천해보며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