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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은 Sep 03. 2022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다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리뷰







    2022년 여름, '우영우' 열풍을 불러온 드라마가 있다. ENA라는 다소 생소하고 낯선 신생 채널에서 무려 1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넷플릭스에서도 방영 내내 높은 순위를 유지하며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뒀다.


    첫 화 시청률이 0.9%에 그쳤던 드라마가 마지막화에서 17.5%를 기록했다. 이 드라마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매력적이었던 걸까?







1. 선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좋은 미디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미디어는 미디어 속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다.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도 온전히 선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이 선하게 굴러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선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법을 사랑하고 정의로운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영우도 그렇지만, 영우가 함께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선하고 따뜻한 이들이다. 누군가는 자폐인 변호사라는 설정보다, 영우의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 더 비현실적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물론 영우에게 아픈 말을 던지고,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도 극중에 적지 않게 등장하지만 영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인물들은 대부분 영우를 편견 없이 바라보기 때문이다.


    언제나 든든하게 영우의 편이 되어주는 아버지부터, 영우의 소울메이트가 되어주는 동그라미, 처음으로 고래 이야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들어준 이준호, 봄날의 햇살 최수연, 영우를 믿고 이끌어주는 상사 정명석까지, 영우를 응원하고 영우의 성장을 지켜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녹록치 않고, 더 많은 편견들과 싸워 이겨내야만 하겠지만, 나는 드라마 속에서라도 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의 방향성과 우리 개인의 태도에 대해 고민할 수 있고,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이들을 보며 스스로 반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용기가 담긴 모든 에피소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회차별로 한 에피소드를 다루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16회차가 진행되는 동안 영우는 기발한 생각들로 맡은 사건을 잘 해결해내기도 하지만, 때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히고 좌절하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영우는 성장하고, 시청자들은 그런 영우를 응원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았던 에피소드도, 아쉬움이 남았던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모든 에피소드가 용기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는 아름다운 마을 소덕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7화와 8화, 그리고 여성인권변호사인 류제숙 변호사와 영우가 만나는 에피소드인 12화였다.


    특히 12화에서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처럼 승소율이 높거나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패소하더라도 박수를 받고, 의뢰인들과 웃으며 뒷풀이를 하는 류제숙 변호사와, 대형로펌에 다니지만 매일 일만 하느라 건강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의뢰인의 보복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정명석 변호사를 비교하여 보여주며 시청자로 하여금 어떤 삶이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점이 좋았다. 시청자 뿐만 아니라 류제숙 변호사를 만난 영우 역시 변호사로서 어떤 가치를 택하고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 인상적이었다.





3. 박은빈만이 해낼 수 있었던 연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진과 작가가 박은빈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긴 기다림을 감내했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박은빈 배우는 아역 시절부터 지금까지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고, <스토브리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많은 팬들에게 사랑 받은 드라마들로 본인만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었다.


    그런 박은빈의 차기작이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궁금증과 기대를 안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기다렸다. 회차가 지속되어갈수록 박은빈의 연기는 더욱 빛을 발했다.


    어떤 연기도 어떤 인물도 모방하지 않고 연기하려 노력했다는 박은빈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영우를 아주 디테일하게 연기해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영우의 생각과 감정들이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되고,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세심한 연출의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영우를 완벽히 소화해낸 박은빈의 공이 크다.


    주연을 맡은 박은빈 뿐만 아니라, 영우의 주변 인물들을 연기한 배우들 간의 케미도 돋보였다. 각 캐릭터들의 매력을 여실히 살려준 배우들 덕분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은 주조연 할 것 없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4.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그 자체로 도전이었다. 여성 자폐인을 주연으로 한 첫 드라마이기도 했고, 자폐인 변호사라는 유례 없는 캐릭터로 16부작의 스토리를 이끌었다. 미디어에서 장애를 다루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고, 또 조심스러워야만 하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은 생각 이상으로 강력해서, 자칫 잘못하면 대중에게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천재적인 기억력과 두뇌를 가진 자폐인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폐인이 대체로 서번트 증후군을 가졌을 거란 일반화라는 논란을 아예 피해가지는 못했지만, 영우보다 훨씬 심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정훈을 극중에 등장시키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이유를 강조하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관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완벽한 드라마라고 말하기에는 분명 아쉬움이 느껴지는 회차나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여성 자폐인을 주연으로 다룬 첫 드라마로서는 분명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세상이 영우에게 조금 더 친절하길 바랐듯이,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가 약자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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