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에 있는 우리 회사는 외국인 비율이 90%야. 대부분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고, 일부는 북미와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야. 그리고 드물게 나 같은 아시안이 있어.
크리스마스가 되면 많은 직원들이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돌아가 명절을 보내고 와. 짧게 열흘 정도만 다녀오는 경우도 있고, 본국이 지구 반 바퀴 정도 떨어져 있다면, 아예 한 달 정도 길게 다녀오기도 해. 집에 한 달이나 다녀오면, 일은 어떻게 하냐고? 물론 휴가를 몰아서 다 써도 되긴 하는데 보통은 한 2주 정도 본가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나머지 2주 정도 휴가를 쓰는 것 같아.
나는 크리스마스 말고 우리 명절인 설부터 친오빠의 결혼식까지 한 달 동안 한국에 있겠다고 얘기해 뒀어. 휴가는 좀 아끼고 싶어서 대부분은 재택근무를 할 생각이야.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 한국과 여기 취리히는 시차가 8시간으로 제법 큰 편이거든. 지금 계획은 한국에서 정오부터 저녁 8시까지 일하는 거야. 그럼 취리히에 있는 동료들과 3시간은 같이 일할 수 있어. 오후에 있는 회의는 꼭 참여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회의 문서를 미리 업데이트해두는 걸로 대신하고, 저녁 약속이 잡히는 날은 반차를 쓰려고.
해외에서 일하면서도 일 년에 한 달은 등 따습고 배부른 우리 집에서 지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엄마가 해주는 잡채랑 식혜랑 먹고 포동포동 살찌워서 돌아올 거야.
2022.12.15. 한국 한 달 살기에 들떠있는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