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병이라고 불렀어. 어려운 과목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A를 받으면서, 오히려 수강 전부터 얼추 알고 있던 과목들에서 B+를 받는 거 말이야. 시험기간에 교과서를 조금만 더 꼼꼼히 보고 잠을 조금만 덜 자면, A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얼추 알고 있는 바람에 교과서 내용은 시시해 보이고, 잠이 쏟아졌어.
나는 지금 내 영어가 B+ 수준이라고 생각해. 영어를 못하지는 않아. 하지만 회사에서 영어를 써야 하다 보니, 더 좋아질 필요도 있어. 예를 들어, 동료들과 영어로 잡담할 땐 별 어려움이 없지만, 복잡한 알고리즘을 설명해야 할 때면 얘기가 달라져. 뇌가 알고리즘을 떠올리느라 바빠서 영어는 그냥 입이 알아서 지껄이게 내버려 두곤 해. 관사나 시제 같은 건 뒤죽박죽이 돼버려. 결과적으로 의미 전달은 되더라도, 전문적인 인상을 주진 못해.
올해도 새해 목표는 영어공부지만 내 B+병 때문에 꾸준히 하지 못할까 봐 벌써 걱정이야. 장기적으로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 당장의 어려움이 크지 않아서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으니, 의지를 다지기 보단, 영어 공부를 습관으로 만드는데 집중해야겠어. 회사에서 가까운 영어학원으로 등록을 하고, 영어공부 같이할 회사 동료를 찾아봐야겠어.
2022.12.17. 언젠가는 영어공부를 졸업하고 싶은 유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