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년 전 국민학교 가을 소풍날 찍은 단체 기념사진이다. 한 반에 아이들이 60여 명 정도 있었다. 사진 뒷면에 '1972년 10월 14일 토요일 소풍길에서 반 일동 5학년 5반'이라고 쓴 내 글씨가 있다. 10x16 정도 사이즈의 사진이다. 사진 속의 얼굴크기는 아기의 손톱만큼이나 작다. 이 사진을 엄마네 집에서 발견하고 반가움에 가슴이 뛰었다. 한 장의 사진이 오래 잠겨있던 기억을 꺼냈다. 이름은 잊었지만 얼굴이 생각나는 친구가 더러 있다. 지금 어디선가 마주친다면 우리는 서로 알아볼 수 있을까?
집에 있는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돋보기를 꺼내서 하나하나의 얼굴을 확대해 보았다. 서글프지만 내 나이가 어느덧 그렇게 되었다. 한 번에 나를 찾을 수 없었지만 분명히 나는 있다. 웃음이 나오는 것은 튀어나온 이마와 새카맣던 피부가 흑백사진 속에서도 선명하다.
소풍 가기 전날 엄마가 옷을 새로 사주었다. 입고 갈만한 변변한 옷이 없던 까닭이다. 베이지색에 밤색의 카라가 달리고 주름치마로 된 원피스였다.
사진을 집에 가져온 지 두 주일쯤 후에 천안에 모임이 있다며작은 아들이 집에 왔다. 나는 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엄마를 찾을 수 있겠니?'라고 말했다. 아들은 별 관심 없는 듯 한 번 쓱 훑어보더니 '엄마, 여기 있구먼!' 하면서 단번에 나를 찾는다. 그래도 아들이라고 오십 년 전의 내 얼굴을 쉽게 찾아내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엄마, 어릴 적에 못생겼지?' 했더니 '뭘, 지금하고 똑같은데?' 한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이 사진을 며칠 동안 들여다보았다.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저 때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내게는 넓은 강의 물살을 헤치고 힘들게 건너왔는데 다시 돌아가라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