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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격 Nov 28. 2024

교과서의 재발견

심상에 관하여

학창시절 문학을 공부하다 보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심상’이라는 용어이다. 학생들은 보통 문학에서 쓰이는 용어를 피상적으로 이해한 뒤 기계처럼 암기한다. 가령 수능 문제는 이런 식이다. 어떤 문학 작품의 특정 문장에 밑줄을 그어 놓고, 선택지 구성 중 일부에 ‘이 문장은 시각적 심상(청각적 심상/후각적 심상/미각적 심상/촉각적 심상/공감각적 심상)으로 구성되어 있다.’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학생들은 밑줄이 그어진 문장을 보고 기계적으로 해당 문장에 걸맞는 심상을 골라 낸다.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가? ‘심상’이라는 용어를 제대로 음미해본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이다. ‘심상‘이라는 용어를 제대로 음미해본 사람이라면 문학 용어에서 흔히 쓰이는 ‘시각적 심상(청각적 심상/후각적 심상/미각적 심상/촉각적 심상/공감각적 심상)’이라는 용어의 깊이에 절로 감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심상’이라는 용어를 분석해보자. ‘심상’이란 말 그대로 마음의 이미지이다. 인간의 마음에 그려지는 이미지를 축약하여 ‘심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각적 심상‘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오감 중 시각으로부터 파생된 정보가 두뇌의 신경계통을 거쳐 인간의 의식에 일련의 이미지로 떠오르는 것. 이것이 바로 ’시각적 심상‘이다.


“당신이 책상을 보고 있다.” 그것은 과정이 아닌 결과에 해당한다. 그 메커니즘을 상술하면 다음과 같다. 당신의 오감 중 시각이 그것을 캐치하여 두뇌의 신경계통에 전달하고, 두뇌의 신경체계가 그 정보를 해석한다. 해석된 정보는 인간의 의식상에 일련의 이미지로 떠오른다. 이것이 ‘심상’이다.


‘시각적 심상’은 인간의 오감 중 시각으로부터 파생된 정보가 인간의 의식상에 이미지로 떠오른 것이다. ‘청각적 심상’은 인간의 오감 중 청각으로부터 파생된 정보가 인간의 의식상에 이미지로 떠오른 것이다. ‘후각적 심상’은 인간의 오감 중 후각으로부터 파생된 정보가 인간의 의식상에 이미지로 떠오른 것이다. ‘미각적 심상’은 인간의 오감 중 미각으로부터 파생된 정보가 인간의 의식상에 이미지로 떠오른 것이다. ‘촉각적 심상’은 인간의 오감 중 촉각으로부터 파생된 정보가 인간의 의식상에 이미지로 떠오른 것이다. ‘공감각적 심상’은 인간의 오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파생된 정보가 인간의 의식상에 이미지로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자.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정신이 구성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인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실재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가? 인간이 인지하는 것은 그저 이미지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인간은 자기의 의식이 만들어낸 자기만의 가상이미지 속에 갇혀 살아가는 존재는 아닌가? 인간은 언어의 이미지즘에 갇혀서 살아가는 존재는 아닌가? 인간은 과연 실재한다고 볼 수 있는가? 당신의 눈 앞에 있는 사람은 그저 이미지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우리가 학창시절에 흔하게 암기했던 용어들을 깊이 있게 음미하다 보면 그 용어 하나하나에 깊은 철학적 고찰이 녹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용어의 함의를 구상해낸 사람이 누구일까? 철학자일 것이다. 그 철학자의 제자는 누구일까? 각 대학의 교수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교과서를 저술한 사람은 누구일까? 각 대학의 교수들일 것이다. 이제 알겠는가? 무심코 지나쳤던 학창시절의 교과서에서 깊은 철학적 고찰이 함축되어 있는 용어가 쓰이고 있는 이유를.


심상 디자이너는 오감에 대한 디자인으로부터 비롯된 심상에 대한 디자인을 목표로 한다. 먼저 오감을 디자인한다. 정보가 유입되는 통로인 오감을 공감각적으로 복합 자극하여 목표로 하는 심상으로 유도한다. 다음으로 심상을 디자인한다. 오감을 복합 자극하여 공감각적으로 해석된 정보인 개념을 가공•조직•유도하여 인간의 무의식적인 니즈를 창출한다. 심상 디자이너는 곧 정보편집자를 뜻한다. 우리는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의 시대에서 권력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 어디로 몰려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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