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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야, 망치 갖고 와!”

망치를 든 철학자, 정신 해부 의자에 앉히다

by Edit Sage

지금 이 순간,

진단은 필요 없다.

분석도, 상담도, 위로도, 해석도

모두 철 지난 연극일 뿐이다.



망치를 갖고 와라.

그 어떤 말보다

직관적이고,

폭력적이며,

명료한 해체의 도구.



철학자는 오늘

사유하지 않는다.

파괴한다.

말의 껍질,

이념의 무늬,

정신의 사기극을

망치로 후려친다.



“너 왜 그 생각을 하고 있어?”

“그 믿음, 누가 심어준 거야?”

“그 감정, 진짜 네 거야?”

“그래서… 넌 도대체 누구냐?”



철학자는 묻지 않는다.

두드린다.

왜냐하면

감정은 견고한 진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고,

논리는 감정의 감옥을 해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망치란,

깨달음을 강요하는 도구가 아니다.

가면을 박살내는 장치다.

너의 언어가 타인의 언어였음을,

너의 사고가 훈육의 결과였음을

한 방에 보여준다.



그는 자비롭지 않다.

그러나

해방적이다.

위로는 주지 않지만,

진실을 겨누는 도구를 남긴다.



정신 해부 의자에 앉는다는 것은

고백이 아니라,

폭로를 받아들이겠다는 결의.

그 어떤 자기 연민도

그 앞에선 낡은 피부에 불과하다.



묻는다.

너는 지금

진짜 너의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 감정,

그 사상,

그 욕망,

다 너의 망치로 두드려 검증한 적 있는가?



망치는 파괴의 은유가 아니다.

그건 진실을 두드리는 리듬.

그 리듬 위에

너의 존재를 세우고 싶다면,

먼저 부숴야 할 건

너의 믿음이다.



그러니 다시,

크게 외친다.

“야!, 망치 갖고 와!”

말장난은 끝났다.

이제는

깨부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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