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 still Dec 24. 2022

인도 여행 한가운데서 마주하는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인도에 도착한 지 10일이 다 되어간다.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인도인데 지금 델리 한가운데 있는 나는 현실적으로는 많이 피곤하다. 무거운 짐을 들고 다녀서인지 다리고 무겁고 어깨도 천근만근이다. 분명 최소한의 짐만 챙겨 온 것 같은데도 너무 무겁다. 인도에 첫 발을 내디뎠던 20대의 나와 현재의 나는 체력적으로 너무 다르다.


여행에서의 숙박비는 나이와 비례한다고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 역시 그 말에 아주 크게 공감하고 있다. 이젠 맛있는 것 먹는 것보다는 내 몸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편한 숙소를 선호하기에 그 비용은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명상센터에 들어가 일주일간의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이제 좀 인도가 적응되는가 싶다가도 길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차량 경적소리들에 깜짝 놀라며 다시금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래 여기는 인도 델리에서 혼잡스럽기로 유명한 곳 들 중 한 곳인 빠하르간지 Paharganj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저 정신 사나운 곳이다. 차들과 오토릭샤와 사이클릭샤와 오토바이와 자전거 거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엉켜있는 곳이다. 빠하르간지를 멀리서 바라보면 세상에 저런 곳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다양함들이 엉켜있는 곳 한가운데 있을 때는 정말 다르다.



나의 바운더리가 존재할 수 없는 곳이다. 오토릭샤와 부딪히고 사람들의 어깨에 부딪혀 통증을 느끼는 곳이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멈춰 설 때가 있다. 상행과 하행으로 가는 모든 것들이 엉켜서 사람도 지나갈 수 없는 빽빽함 속에 잠시 멈춰 있으면 누구나 상관없이 소리를 지른다. 차도 경적을 울리고, 오토릭샤도 빵빵대고 사람들도 소리친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소리를 만들어내다 보면 어떻게든 비끼는 사람이 생긴다. 그러면 거기에서 길이 또 만들어지는 것이다. 엉망진창의 엉켜있음에 어이없다가도 겁이 나기도 하고, 화가 치밀기도 하고,  불쾌하다가도 뜻 모를 실소를 터트리기도 한다.


우리의 삶을 이렇게 멀리서 혹은 가깝게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던 때가 있었을까?


마치 카메라의 줌이 움직이는 것처럼 나 자신을 가깝게 또는 멀게 바라보고 싶어 진다. 필요한 경우에는 가깝게 줌을 당겨 세세한 것까지 바라보고 어떤 때는 먼 산의 풍경을 보듯 혹은 벽에 걸려있는 액자처럼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수 있게 넓은 폭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가깝게 혹은 멀게 나 자신을 보다 보면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은 에고를 내려놓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Self-awareness is the ability to see yourself clearly and objectively through reflection and introspection.



돌이켜보면 20대 때 젊은 나는 그때 당시 한창 유행이었던 인도여행기책들을 접하고 인도에 대한 동경을 가졌었고 책 속에 쓰인 신비한 이야기들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 책들에 나온 내용은 드라마틱했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내용이었지만 인도여행의 현실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도에 도착한 지 3일도 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인도를 계속 다녔던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마주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 위했던 것이 더 컸을 것이다. 굳이 꼭 인도여야 하나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 그랬다. 인도가 아니어도 여행을 통해 많은 것들을 알아차리고 얻어간다. 그렇지만 인도는 내가 여행했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좀 극적이기는 했었다.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늘 듣던 말이 "NO Problem"이었으니.


인도 델리 한가운 데에서 Paharganj에 엉켜있는 모든 것들을 남의 일인 것처럼 그저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한국에서의 삶을 잠시 옆으로 밀어 두고 다양한 모습의 나를 마주할 시간이다. 인도 한가운데에 마주하는 나는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을지 바라보고자 한다. 그런데 피곤하다. 이제는 모든 게 엉켜있는 저곳을 뚫고 호텔로 돌아가 쉬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혼에게 주는 요가 칭찬, 잠시 멈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