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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Dec 10. 2023

요즘 계집이 된 며느리

“요즘 계집애들은 결혼도 안 하고 개들만 끌어안고 다니면서 엄마, 엄마 하는 거 보면 진짜 문제야. 어른들이 요즘 그런 이야기하면서 걱정을 얼마나 많이 하는 줄 아니?

이래서 우리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냐고 하면서 말이야! “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여자가 애를 안 낳고 살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이 적응하며 살아가는 또 다른 방식일 뿐인데 왜 저렇게 이야기를 해버리시는 것일까. 심지어 이런 이야기를 내 시어머니와의 대화에서 매번 듣고 있자니 너무 괴로웠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도 바뀌어야 할 사고방식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시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아직도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늘 밀려온다.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요즘 계집애’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매우 안 좋아졌지만, 따로 대꾸를 하지 않고 적당한 대답을 회피하며 화제를 돌려버렸다.


아들만 키우던 시부모님들에게 손녀 하나 안겨드리고 사는 ‘계집애’로 사는 기분은 그리 썩 유쾌하지가 않았다.


결혼 초엔 어머니가 하는 말들이 너무 기분이 나빠서 그 자리에서 내 의견을 말하며 어머니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어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혼 11년 차가 되면서 배운 것은 그저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며, ‘나만 아니면 되지 뭐’라는 마음가짐으로 바뀌었다. 평생을 그렇게 생각하며 사신 분에게 지금의 내가 바꾸려고 한 들 달라지실 일이 만무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렇게 ‘계집’으로 사는 삶을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어머니와 ‘요즘계집’으로 사는 인생을 선택당한 며느리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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