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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 Jun 12. 2024

DARLING

달링

‘가장 사랑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Darling_달링’이라는 말을 평생 동안 써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해 볼 만한 말이라고는 하지만, 연인 사이에도 자주 쓰기는 꽤나 쉽게 느껴지지 않는 단어임엔 분명하다. 그만큼 아주 아주 아. 주. 가까워야만 써 볼 수 있을 법 한 말.


이 달링이라는 말을 나는 호주에 살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는 것 같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던 내가 떠오른다. 그날의 나는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나 하나 사려고 했다. 그걸 알아차린 주문을 받는 사람은 웃으며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굿모닝, 달링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 누가 왔나? 그러자 그 사람은 나를 보며 다시 한번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달링,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

나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I’m Good, Thank you.


주문을 하는 내내 왠지 모르게 그 점원과 원래 알던 사이같이 느껴지면서 서로의 관계가 점원과 손님의 관계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사람과 손님으로 카페를 방문한 사람으로 새롭게 정의되었다. 주문을 마치고 그 사람은 다시 자신의 일을 하였고, 나 또한 자리를 잡고 앉아 내가 할 일을 하였다.




어느 때는 ‘자신의 위치’라는 말은 이치에 안 맞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점원은 주문을 잘 받아야라는 역할과 손님은 원하는 메뉴를 점원에게 잘 전달해서 본인이 필요한 것을 얻어야 하는 역할은 존재한다. 하지만 손님의 위치와 점원의 위치가 따로 있을까? 그저 주어진 일을 각자 하면 그만이지, 그 위치에 맞는 행동이나 처신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 급이 나누어져 있는 느낌이다. 돈을 낸다고, 돈이 많다고 사람의 관계에서 주인이 되었다는 생각은 ‘돈’이 너무 중요한 사람들 사이에서나 있는 일일 뿐. 내가 사는 이곳 호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집의 아이라도 학교에서 만나면 아이들끼리는 친구일 뿐이고, 우리는 부모일 뿐이다. 슈퍼에서 만난 사람도 손님이거나 일하는 중인 사람일 뿐. 이 외의 다른 부분은 없다.


늘 살면서 느끼는 부분이지만 호주 사람들은 참 따뜻하다. 아이들에게도 언제나 친절하게 말을 건넨다. 모르는 아이에게도 말이다. 대화 도중에 끼어드는 일도 없으며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생사를 제외한) 어느 누군가가 대화를 하고 있는 중에는 ‘저기, 잠시만요.’라는 건 잘 없다.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손님과 점원과의 대화에도 ‘달링’이라고 부르며 따뜻함을 나눈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서로에게 격려와 위로를 안긴다. 사람들 관계에서 느끼는 이런 감정들이 서로에 대한 존중으로 받아 들어져서 인간다워지는 느낌마저 든다.


오늘도 나는 길을 나선다. 몇 번이고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그 말을 들으며 서로를 존중하는 인간으로 살아갈 오늘을 기대하며.


Hey daring, how are you?...
I am really good, thank you!


(Photo _ https://unsplash.com/ko/@miinyu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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