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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물 Apr 25. 2024

GN19 기질, 성격, 성품, 인품, 인격, 인성의 차

어느 날 글을 쓰던 중 '기질'이란 단어가 나왔는데 기질이 나오니 자동적으로 '성격'이란 단어가 떠오르고, 성격이 나오니 '성품'이 따라오고, 성품이 나오니 '인품'이 떠오르고, 인품은 다시 '인격'을 물고 오고, 인격은 급기야 '인성'까지 데리고 와서는 지네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알아맞혀 보란다.


그래서 당연한 순서로 먼저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답을 내놓았다.

*기질 - 자극에 대한 민감성이나 특정한 유형의 정서적 반응을 보여 주는 개인의 성격적 소질.
*성격 -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
*성품 - 사람의 성질이나 됨됨이.
*인격 - 사람으로서의 품격.
*인품 -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지는 품격이나 됨됨이.
*인성 - 사람의 성품.


이걸 써놓고 나니 갑자기 뒷골이 땅긴다.

"아이고, 내가 미쳤지. 뭐 한다고 이런 미로에 들어와서 이런 생고생을 사서 하냐?"


하지만 어쩌겠나. 이미 발은 들여놓았고, 글 쓰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영역인 것을.


하여,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위의 단어들을 짝을 지워 띄워 보았더니 많은 글이 올라와 있다.

헌데, 개인 블로그 등에 올라온 내용은 완전히 믿기엔 전문성과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고, 그 분야 전문가들이 써놓은 글들은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나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더 헷갈리게 만드니 이 일을 어쩌면 좋누?


그때 번개같이 떠오른 이름 하나, 「우리말 어감 사전 」.

"그래, 바로 이거야. 이럴 때 써먹으라고 내 옆에 상전처럼 모셔놓지 않았겠어!"

부푼 기대를 안고 색인을 뒤졌는데 어쩌면 이렇게 단어도 안 나오냐?!


이젠 내 방식대로 가는 수밖에.

1. 우선 전문가들이 써놓은 복잡한 내용을 최대한 단순화시킨다.

2. 위의 단어들이 들어간 다양한 예문들을 찾아서 나열해 본다.

3. 마지막으로, 똑똑한 AI 비서로 하여금 우리말 단어에 가장 적합한 영어 단어를 찾아 영어로 설명하게 만든다.

이렇게 하니 각 언어가 가지는 한계성을 상호보완하면서 여러 단어가 가지는 미묘한 어감차이를 보다 피부에 와닿게 알 수 있었고, 영어 문장에서도 어지럽게 쓰이던 personality와 character의 차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지난 닷새 동안 필자 나름대로 정리한 아래의 내용이 내 글을 애독해 주시는 사랑하는 글벗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살짝 공개해 본다.




기질(氣質, Temperament): 기질이란 개개인의 타고난 DNA에 의해 결정되는 내면적 특성으로서 좋다/나쁘다, 옳다/그르다를 따질 수 없는 가치중립적 성향이다.

 부가 설명: 기질 테스트 방법 중 하나인 MBTI에서는 기질을 내향적/외향적, 감각적/직관적, 사고적/감정적, 판단적/인식적으로 분류하고, 에니어그램(Enneagram)에서는 머리형/가슴형/장형으로 나누고, 히포크라테스는 다혈질/점액질/담즙질/우울질로 분류하였다.

 예)

- 그는 타고난 기질이 다혈질이라 일단 저질러 놓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 그는 기질이 점액질이라 무얼 하나 시작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성격(性格, Personality): 이 역시 가치중립적 용어로서 DNA에 의해 결정된 선천적 기질에다 어린 시절 부모의 양육태도 등에 의해 형성된 후천적 영향이 합쳐져 형성된 내면적 특성을 말하는데 후천적인 부분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해갈 수 있다.

 예)

  "그는 어떤 성격의 소유자입니까?"

- 그는 차분하고, 조용하고, 잘 나대지 않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다.

- 그는 성격이 불같은 사람이라 그 앞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성품(性品, Character): 성품이란 어린 시절을 벗어나 성장해 가면서 경험하고, 공부하고, 느끼고, 생각하면서 성격의 후반부를 스스로 채워 넣어 만들어진 결과물로서 타인에 의해 긍정적 혹은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예)

- 성품이 까다롭다/무던하다/어질다.

- 그는 성품이 나약해서 힘든 일을 믿고 맡기기 어렵다.

- 그는 좋은 성품을 지닌 사람이라 남들로부터 칭송을 받는다.

- 그는 법 없어도 살 그런 성품의 사람이다.


이 세 가지의 특징만 뽑아 보다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인격(人格, Personhood, Human dignity, Character, Personality):

인격은 사회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에서 조명해 볼 수 있다.


1) 인격(Personhood, Human dignity)은 사람이 지니는 존엄성으로서 법률이나 사회적 규범에 의해 보장되는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는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다.

 예)

- 인간은 누구나 동등한 인격체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을 대하든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

-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2) 인격(Personality)은 타고난 인성과 성장과정의 여러 경험 및 교육에 따라 형성된 기본적인 인간 됨됨이로서 성격의 확장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부가설명: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는 이렇게 형성된 인격(성격)이 사회생활, 혹은 가족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자기 자신의 생활에 피해를 주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로서 심할 경우 정신과 치료를 요한다.


인품(人品, Disposition): 인품은 개인의 성품, 태도, 가치관 등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개념으로 선악에 대한 바른 개념뿐 아니라 고도의 도덕적 성품까지 갖춘 상태를 의미한다.

 예)

- 우리는 그분의 훌륭한 인품을 본받아야 한다.


인성(人性, Human nature):

한자 性(성) 자를 파자(破字)해 풀이해 보면  ‘마음 심’(心=忄)과 ‘날 생’(生)으로 이루어진 단어로서 타고난 성질, 즉 ‘천성’(nature)을 뜻한다. 그러므로 인성이라 함은 사람의 천성 즉 인간이 지녀야 할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동물과 차별되는) 인간다운 성질을 나타내는 말이다.

 예)

- 요즈음 학교에서는 인성 교육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인성이 개차반이라는 말은 사람 됨됨이가 걸러 먹었다는 말이다.



드디어 종착역에 다다랐다.

이제 마지막으로 위의 세 단어에서 엑기스만 뽑아 각각 한마디로 줄이고 그 의미를 음미해 보는 것으로 끝을 맺자.


인성(人性)은 인간이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인 품성이고

인격(人格)은 인성에서 어느 정도 격을 갖춘 레벨이고

인품(人品)은 격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격, 즉 품격을 지닌 단계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사람이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는 가정과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잘 받아야 하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스스로, 끊임없이 인격을 도야(陶冶)해 가야 하고

노년에 이르러서는 인품의 완성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록 나이가 어려도 동등한 인간으로서 인격적인 대우 받고

나이가 들어서는 제대로 된 사람대접 받고

노년에 이르러서는 어른 다운 어른으로 우러럼을 받을 것이다.  




*에필로그

위의 여섯 가지는 서로 비슷한 개념이라 필자가 언급한 대로 똑 부러지게 다른 것은 아니며, 문장 내에서 이들 단어가 사용될 때 어떤 측면이 강조되었냐에 따라 얼마든지 혼용되어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를 제대로 알고 쓴 글과 그냥 대충 쓴 글 사이에는 의미의 전달력이나 문장의 완성도에 있어 분명 차이가 날 것이다. 



* 표제 사진 출처:  Pinterest -  Wattp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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