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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매장 운영 중 겪은 도난사건, 이렇게 해결했습니다

by 글쓰는 천사장

무인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두려운 순간은 ‘도난’입니다.


매장은 24시간 열려 있지만, 주인은 늘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지요. CCTV가 있더라도 모든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건 아니고, 물건이 사라지는 그 순간을 잡아내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저 역시 무인매장을 시작하기 전부터 도난은 늘 마음 한켠을 무겁게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 손님이 두 개의 물건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결제는 하나만 되어 있었고, 다른 하나는 그대로 봉투에 담겨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싶어 결제내역을 확인했습니다. 지역화폐 결제까지 모두 살폈지만 기록은 없었습니다. 확실히 하나만 결제된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저는 매장 앞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고, 봉투 안에 들어 있는 두 개의 제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 장면을 보지 못했다면, 또 다른 ‘알 수 없는 손실’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손님은 근처 식당에서 식사 중이었습니다. 당장 달려가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일행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자칫 불편한 마찰로 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계산이 잘못된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손님은 이미 결제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물건 가격 차이를 생각하면 단순한 착오로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감정을 앞세우지 않으려 했습니다. 따지기보다 차분하게, 그저 다시 확인해 달라는 마음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다행히 추가 결제를 받으며 상황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손님 역시 일행들 앞에서 난처한 오해를 받지 않을 수 있었겠지요.


이 일을 겪으며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도난이 발생했을 때 ‘정의’를 앞세워 경찰을 부르는 것이 정답일까요? 직장인이었다면 규정대로 그렇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매장이고, 손님은 이웃 주민일 수도 있습니다. 장사란 단순히 물건을 파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눈앞에서 본 상황이라 대처할 수 있었지만,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 사라진 물건이 더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무인매장은 편리하고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책임과 고민도 함께 지고 가야 하는 방식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습니다.


사람 없는 공간을 믿고 운영하는 매장, 그리고 그 신뢰를 지켜주길 바라는 마음. 아마 무인매장을 운영하는 모든 이들이 품고 있는 소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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