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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라는 것을 장사하며 배웠다

by 글쓰는 천사장

올해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다. 최장 열흘. 직장인이라면 마음이 가벼울 테고,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벌써 설렘에 들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마음은 조금 다르다. 매출은 줄어들고, 동네는 한산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엔 걱정이 앞섰다. 반려동물 용품 매장을 운영한 지 이제 막 1년을 넘겼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세 번의 명절을 지나면서 배운 것이 있다. 손님은 언제나 있다는 것.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늘 숨어 있다는 것이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매장을 정리하고 물건을 채웠다. 사료, 간식, 배변패드 같은 생활 필수품은 연휴에도 필요하다. 마트도, 택배도 멈추는 이 시기에 문을 열고 있는 내 매장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연휴 동안에는 작은 법칙들이 깨지기도 한다. 평소 잘 팔리지 않던 물건이 의외로 필요한 순간에 팔리기도 한다. 재고로만 남던 제품이 제 역할을 찾아가는 시간. 하지만 끝내 팔리지 않는 물건도 있다. 그런 상품은 다음 주문에서 과감히 지워버린다. 그것도 연휴가 주는 선물이다. 매장의 호흡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기회.


걱정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위기는 언제든 찾아오지만, 그것을 기회라 믿으면 어느새 길이 열려 있다. 긴 연휴는 어쩌면 내게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고객에게는 편리함을, 나에게는 배움과 정리를 안겨주는 시간.


장사를 하며 깨닫는다.


언제나 기회는 있다. 다만, 내가 그것을 기회라 믿고 바라보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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