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비선대 탐방통제소를 통과하여 천불동계곡의 단풍을 감상하며 양폭대피소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왕복 13.9 km이지만, 심한 경사가 별로 없어서 트레킹 수준으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차 고장으로 피크 때의 흘림골이나 수렴동계곡을 다녀오지 못하여 아쉬웠는데, 그래도 설악산에서 제일 늦게 단풍이 드는 천불동계곡을 찾아 설악산 가을 끝자락의 단풍을 살짝 맛보았다.
설악은 역시 설악이다. 큰 바위가 많은 산에 악(岳) 자를 붙인다고 하던데, 설악산의 바위는 다른 산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단풍도 좋지만, 멋들어진 바위가 만들어낸 수려한 풍경에 흠뻑 빠져들게 되는 설악산이다.
빛이 부족한 아침인데도 단풍색이 곱게 나왔다.
신흥사 일주문을 통과한다.
가을 숲길이 반겨준다. 여름 내내 초록초록하던 숲에 붉고 노란 색감이 더해져서 알록달록 아름답다.
멀리 보이는 멋진 바위 봉우리가 설악산임을 알게 해준다.
정말 바위가 많은 산이다. 어떤 봉우리는 전체가 하나의 큰 바위덩어리로 보인다.
신선 마고선이 천불동계곡의 와선대에 누워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다가 하늘로 올라갔다고 비선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신선이 사랑할 만한 설악산이다.
비선대
비선대 탐방통제소
오른쪽 금강굴로 가는 등산로는 마등령과 공룡능선으로 연결된다. 공룡능선은 말로만 듣던(우리는 가볼 엄두도 못내는) 매우 험한 등산로다.
아름다운 단풍은 자연이 주는 큰 선물이다.
산이 큰 암반으로 이루어져서 그런지 계곡에도 바위가 많다. 그런 바위를 이용해서 등산로도 돌길을 만들었나보다.
아름다운 단풍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엄마 바위, 아빠 바위, 올망졸망 네 형제 바위가 모여있다. 여섯 가족 바위다.
옆모습이 가면을 쓴 사람 얼굴 같다. 귀신 얼굴 모양이라 하여 귀면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 나옴직한 가면 모습이라 무섭기는커녕 재미있기만 하다. 노래를 시켜보면 잘 할 것 같다.
귀면암 쉼터에서 내리막 계단이 긴 편인데, 난간이 크게 부서져 있었다. 낙석 덩어리가 꽤 커서 난간과 나무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낙석 방지시설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이곳도 낙석이 꽤 발생하는 모양이다.
오련폭포는 폭포가 다섯, 따라서 소의 개수도 다섯이겠다.
오련폭포와 나란히 설치된 철제 난간으로 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하나하나 폭포를 만나본다.
설악의 깊은 속살 속으로 걷고 있다. 설악의 봉우리들이 정말 멋지다.
오련폭포의 가장 위에 위치한 소를 만났다. 선녀가 날개가 있어야 하는 까닭이 오련폭포 때문이 아닐까. 날아다니지 않고는 그 다섯 개의 소를 마음 내키는 대로 옮겨 다니면서 목욕을 즐길 수 있을까. 어쩌면 다섯 선녀가 사이좋게 하강하여 놀다 갔을 수도 있겠다. 아름다운 설악의 풍경은 충분히 신선과 선녀를 홀릴 만하다.
양폭대피소에서 대청봉까지는 4.5km. 등산로도 꽤 험하다고 한다. 그 험한 등산로로 등산객들이 제법 넘어오고 있었다. 한계령이나 오색에서 출발해서 대청봉을 오르고, 이곳 양폭대피소를 지나 소공원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우리는 양폭대피소까지다. 내려오는 도중에 어디까지 다녀오느냐는 질문을 몇 번 받았다. 아마 나이 든 부부 등산객이 대청봉에서 넘어오는지 궁금했을 테지. 그때마다 멋쩍은 웃음을 띠며 양폭대피소까지 갔다 온다고 밝혔다.
양폭대피소는 깊은 산중인데도 테이블은 물론 화장실과 매점까지 잘 갖추어진 곳이다. 지붕이 너와로 만들어져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그곳까지 낑낑대고(배낭이 큰 이유는 도시락, 여분의 옷 등을 항상 준비하고 다닌다.) 가지고 간 도시락을 펼치고 설악산에 소풍 온 기분으로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대피소에서 잠시 쉬고 있던 산악구조 대원 한 분이 '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하면서 웃는다. 그곳까지 나이가 지긋한 부부 등산객이 반찬 두 통에 각자 밥까지 제대로 챙겨서 올라와 식사를 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나 보다. 군더더기 하나도 없이 근육만 남은 듯 날렵한 몸매가 산에서 근무하는 사람임을 확인시켜주는 듯 빛이 났다. 내려오는 길에 이인 일조로 교대하러 올라가는 근무자들을 만났다. 그분들은 설악산을 걸어서 출근하고 걸어서 퇴근하는 멋진 산사나이들이다.
되돌아 나오는 발걸음은 훨씬 가볍다. 오르막은 조금만 경사가 져도 힘이 드는데, 내리막은 나도 모르게 속도가 붙기도 한다. 땅만 보고 열심히 오르던 길이었는데, 내려올 때는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 주변의 경치가 더 잘 보인다.
다시 한번 아름다운 단풍을 눈에, 가슴에 담고,
맑은 물속에 내 마음을 담가도 본다.
하늘도 더 푸르러 보인다.
아름다운 설악의 가을을 만끽한다.
비선대 탐방 통제소에 다시 오니 근무자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11월부터 동계라 입산이 12시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가 통제소를 통과한 시각이 12시 40분이었는데, 모르고 방문한 등산객들이 실망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었다.
누리장나무 결실
마고선이 누워서 경치 감상을 했다는 와선대. 올라갈 때는 모르고 지나갔는데, 방문객들이 많이 쉬는 장소라 눈에 띄었다.
아침보다 단풍이 곱다. 복자기 나무 단풍이 이렇게 예쁘다.
아침에 출발할 때와는 다르게 인파로 북적북적.
소공원에서 가장 진한 단풍이다.
미시령에서
설악의 가을을 만나서 좋았다. 이제 대청봉까지는 어렵지만, 울산바위, 비선대, 십이선녀탕계곡, 수렴동계곡, 흘림골.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설악을 더 즐길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