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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버드 Jan 20. 2022

사랑하기 위한 사랑

나와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 나는 주로 아이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부모의 어려움보다는 아이의 아픔에 더 공감한다. 아파하는 금쪽이를 보면 금쪽이 부모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고 화가 난다. 금쪽이를 통해  잊고 있던 상처가 되살아 나면서 내 부모에게 화내고 싶은 것이다. 항상 그 화를 가지고 살았다. 괜한 대상에게 화내는 그 마음을 이제는 안다. 내 안의 분노는 마음속을 헤매다 자극을 받을 때마다 화낼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 그렇게 분노를 쏟아내고 나면 대충 덮고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이런 식의 감정표현은 삶의 패턴이 된다. 정확한 대상, 정확한 시기, 정확한 방법, 정확한 크기로 분노를 표현했을 때 감정은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반대의 경우 분노는 상처를 더 깊게 만든다. 상처는 곪아있고 건드릴 때마다 아프다. 고름은 터트려 짜내야 한다. 그래야 애꿎은 사람에게 화내는 것을 멈출 수 있다.


정신분석 상담을 한 지 3년이다. 엄마가 된 나와 ‘내면의 아이’가 만나는 시간이다. ‘내면의 아이’는 어둠 속에 숨어있다가  어린 시절과 닮은 순간이 찾아오면 밖으로 나와 울부짖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사랑받지 못한 나를 느낄 때 나는 ‘내면의 아이’를 달랠 수 없다. 받은 적 없는 사랑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몰라서 화가 난다. 사랑받지 못한 내가 불쌍해서,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답답해서 늘 화가 나있다. 화는 가장 약한 아이를 향한다. ‘지킬 앤 하이드’의 ‘하이드’가 저지른 악행을 ‘지킬’이 모르는 것처럼 내 안의 ‘하이드’가 했던 말과 행동이 아이를 아프게 하는 것을 몰랐다. 받고 싶던 사랑을 곁에 있는 아이가 채워주길 바랐다는 것을 상담을 통해 알게 됐다. 나를 살피고 걱정하며 기쁘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하던 아이는 엄마의 끝없는 슬픔과 분노가 자기 탓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애가 5학년이 되어서야 그 마음을 알았다.


상담의 첫 시작은 ‘내면의 아이’가 얼마나 외롭고 억울하고 슬프고 화나고 아팠는지 알아가는 것이다. 잠자던 고통과 뒤틀린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시간이다. 덮어놓은 상처를 다시 열어  빨갛게 드러난 생살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수도 없이 ‘내면의 아이’를 만났지만 만날 때마다 아리다.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함은 상담을 견디기 어렵게 한다. 선생님은 ‘내면의 아이’를 사랑하면 곁에 있는 아이를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면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는 말로 들렸다.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아이를 사랑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 내 부모처럼 아이를 망칠까 봐 불안하다. 그 마음은 아이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조심하게 했지만 다가가 사랑을 주는 것은 어렵게 했다. ‘가위손’을 가진 나는 쓰다듬을 때조차 그 애가 다칠까 봐 두려웠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식하는 것이 상담의 주된 내용이다. 주양육자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자극을 받으면 감정은 올라오고 자신 또는 타인을 공격한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이제는 지쳤다. ‘내면의 아이’는 텅 빈 마음으로 홀로 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상담을 하는 시간마다 주저앉아 통곡한다. ‘나를 사랑한다’는 감각을 아직은 알 길이 없지만 일단 갖고 있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긁어모아 ‘내면의 아이’에게 선물해 본다. 긁어모으다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고 느낄 때 선생님은 원래 갖고 있던 자신에 대한 사랑을 찾아준다. 그 시간들이 쌓이면서 ‘내면의 아이’가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 내 곁의 아이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사랑하는 일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은 내가 사는 이유이자 목적이다.






표지 : <검은 새>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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