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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빛나라 May 24. 2024

귀국보고

재문화충격 다스리기

햇살이 좋다.

5월의 따스한 볕이 피부에 닿을 때

마치 엄마 품에 안긴 것처럼 포근함을 느꼈다.

이게 고향이지.

낯익은 도로와 낯익은 상점들

2년 동안 바뀐 거라고는 내 오라비 눈 가의 주름과 남동생의 늘어진 배, 그리고 훌쩍 키가 자란 조카들.

엄마도 이 집도 다만 그대로인 것 같다.


당분간 푹 쉬어야지 하고 마음먹고 귀국했는데,

난 또 이 시간에 어떻게 휴식하며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달력에 일정을 채우고 있다.

10년 전에만 해도 잘 다녀오라 격려하며 기도해 주신 분들 찾아다니며 인사하느라 바빴다면

마흔 중반의 나는 건강검진 일정, 운전면허 갱신, 은행계좌 정리 등의 일정으로 채워지고 있는 게 차이점이다.

내일모레 반백살인데도 새 출발을 위해 당장 쉬더라도 어학점수를 갱신을 우선순위에 두는 게 서러운 일이긴 하다.

사업을 꿈꿔보기도 하고

해외봉사단을 고려해보기도 하고

다음 프로젝트 관리자를 기대해보기도 하면서 공통되게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니까.


귀국한 지 열흘 째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 것이 있다.

동티모르에선 인터넷이 느려서 감히 글을 써 볼 생각도 못했고, 모든 일처리가 늦어서 시간을 많이 두고 준비해야 했는데 나는 1년 반 동안 그 속도에 익숙해진 나머지 대한민국 시간이 빠르다 못해 급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불편함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보채는 이 없는데도 나 혼자 그렇게 불편한 시선을 느끼는 것인 지 앎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에 어울리지 못하는 내 모습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반면,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는 기회도 있었다.

사직 야구장에도 가고 싶고

각종 축제 행사장에도

예쁜 카페에도 가고 싶다.

혼자는 싫고 친구와 시간 맞추는 것도 싫은 게 딜레마일 뿐.


오랜만에 시내로 나갔다.

기껏 찾는 음식이 떡볶이, 순대, 시장김밥이라니.

실컷 배 채우고 나오면서 줄 서 있는 찹쌀 도넛 가게를 그냥 지날 수 없어 나도 꼬리에 붙었다.

따끈따끈한 도넛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고향의 향기로 가득한 하루.

귀국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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