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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빛나라 Sep 22. 2022

보수동 책방 탐방 후기

부산시 연제도서관 프로그램

휴식 잘하는 법을 탐구하기 위해 집 가까이 도서관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휴관 시간 확인을 위해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보수동 책방 탐방>이라는 프로그램 참여 독려 게시물을 발견했다. 세부 프로그램을 확인도 안 하고 그저 반나절 데이투어 비슷하겠거니 상상하며 신청서를 작성했다.


집결시간 : 2022년 9월 21일 오후 1시
집결장소 : 중구 40계단 앞


25년 전, 사회 초년생 때나 직장 때문에 와봤던 중앙동이었는데, 퇴사 이후로는 한 번도 와 볼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30분 일찍 도착했음에도 40계단이 있는 골목을 발견하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았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실제 가보진 않고 40계단이 어디쯤 있다는 정보를 티브이로만 경험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돌고 돌다 지도 어플로 간신히 찾아오니 아까 지던 그 길목이었다. 줄지어 늘어선 카페 앞에 점심시간을 빌어 나와있는 직장인들을 구경하느라 놓챠버렸던 것 같다.


40계단의 의미

6.25 전쟁 당시, 전국에서 모여든 피란민들이 부산항 근방에 자리 잡으며 자연스레 40계단 주변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40계단은 부산항 부두에서 고지대 판자촌으로 이어지는 길목이었는데, 전쟁 중 헤어진 가족들의 상봉 장소이자 구호물품을 사고파는 장터이였기 때문이다. 전쟁통에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 ‘부산에 도착하면 40계단에서 만나자’ 약속하고는 그 말만 믿고 헤어진 가족을 기다리며 몇 달이고 계단 근처만 맴돌았다고 한다.  그만큼 고된 피난살이의 애환이 스며있는 곳이었다. 그들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대다수 피난민들은 여기를 기점으로 일거리를 찾아다녔고, 40계단 근처는 자연스레 그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이 되었다. 그중엔 이중섭과 같은 화가도 포함되어 있었고, 시 쓰고 낭독하는 작가부터 연극하고 노래하던 많은 예술가들의 사연이 이 40계단에 머물러 지금의 문화거리의 시초가 되었다.


백산기념관 내부

백산기념관 탐방 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 정신을 실행한 안희제 선생에 대해 다시 듣게 되었다. 그는 최초의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독립운동을 지원한 인물로 그의 일대기가 드라마 소재가 되기도 하였다. 이런 분들의 인생 스토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나눔을 실천하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저기 우심방 우심실에서부터 올라오곤 한다. 풍요롭지는 않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마르지 않아 다행이다.


보수동책방거리 앞 동상

이곳에서 인생 책을 찾고 구매한 후 사진을 찍으면 엽서를 만들어 주는 게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다. 6.25부터 부마항쟁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100년 역사를 자랑하며 보수동을 지켜온 책방거리이다. 보수동 책방 번영회 대표님은 관광객들이 대부분 인증사진만 찍고 구매는 하지 않는다고 툭 까놓고 말하셨다. 매입할 때부터 품질 관리가 이뤄지는 기업형 중고서점과 달리 보수동 서점은 먼지 뿌옇게 뒤집어쓰고, 책 곰팡이 잔뜩 핀 낡은 책이 많고 서점 주인들은 시대 흐름에 발맞추기 힘든 고령자가 다수여서 아무래도 경쟁에서 밀린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하신 사장님들은 세월의 옷을 입고 누렇다 못해 거뭇거뭇해진 책을 투명 비닐에서 조심스럽게 꺼내시어 자랑하셨다. 1953년 발행된 국어사전이나 1946년 조선어사전 같은 것이었다. 솔직히 내 눈엔 어떤 감흥도 없었지만, 사장님들의 책을 아끼는 마음만큼은 충분히 존경스러웠다.

내가 선택한 인생책

브런치에 조금이나마 더 다듬어지고 좋은 글을 써보고자 선택한 책. 이미 몇 해 전에 읽었지만 다시 한번 공부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려 한다.


부산시의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된 연제도서관 보수동 책방 탐방. 아주 유익한 정보도 얻고 맛있는 씨앗호떡도 먹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설명을 담당해주셨던 작가님의 입담을 보니 가이드의 첫번째 덕목은 이야기꾼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시나마 남미에서 가이드를 해볼까 꿈꿨던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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