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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금 Jan 30. 2024

[애플뮤직 클래시컬] UXUI 분석

클래식 전용앱, 기존 애플 뮤직과 어떻게 다를까?

클래식팬으로서 너무 기다렸던 애플뮤직 클래시컬이 드디어 한국에도 출시됐다!

애플뮤직과 애플뮤직클래시컬


굳이 클래식 전용 음악앱이 필요한가?

애플 뮤직 클래시컬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 해외 아티클을 찾아보니 나처럼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만 하나의 장르만을 위한 앱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도 많아 보였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이유는 이미 애플 뮤직에서도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뮤직 클래시컬과 애플 뮤직에 똑같은 음원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서 기존에 멜론, 애플뮤직 등의 음악앱을 사용하며 큰 불편함을 느꼈고, 그 이유는 클래식 음악이 다른 장르의 음악과 같은 기준으로 분류되기 굉장히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특성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클래식은 모두 일종의 "커버"다.

 - 케이팝, 발라드, 락 등등 대중음악 장르는 원곡자가 존재하고, 모두 아티스트 - 노래 제목이라는 틀 안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클래식은 '원곡자' 개념이 없다.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발매했다고 해도, 쇼팽 피아노 협주곡이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곡은 아니다. 결국 클래식 연주자는 고전음악을 "커버"해서 앨범을 발매하는 형식.

2. 여러 악장이 묶여 하나의 곡이 된다.

- 예를 들어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은 하나의 곡이지만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악장은 10-20분 정도의 길이이기 때문에 각 악장을 하나의 곡으로 볼 수도 있고, 전체 3악장을 하나의 곡으로 볼 수도 있다.

3. 작곡가의 중요성

- 대중음악의 경우, 작곡가의 팬이 된다거나, 작곡가를 검색하여 음악을 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작곡가로 탐색, 검색하는 과정이 굉장히 많다.


이러한 클래식 음악의 특성을 애플 뮤직 클래시컬이 어떻게 반영했는지 살펴보았다.


클래식 음악에 적합한 UX설계


1. 좋아하는 곡 보관하기 - 보관함

애플 뮤직 클래시컬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보관함

애플 뮤직 - 노래
vs
 애플 뮤직 클래시컬 - 트랙, 레코딩, 작품

애플 뮤직 클래시컬에서는 "노래"라는 부분이 없고, 트랙, 레코딩, 작품으로 나뉜다.

클래식 음악의 특성을 고려한 설계

각각이 무슨 의미인지 예시를 들면 아래와 같다.

작품 -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레코딩 -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트랙 -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연주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1.Allegro Maestoso (1악장)


이러한 분류는 앞서 언급한 모든 클래식 음악은 모두 일종의“커버"라는 점과 클래식 음악이 주로 여러 악장이 묶여 하나의 곡이 된다는 점을 잘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작품 페이지

나는 특히 작품을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는데, 보관해놓은 작품에 들어가면 작품 설명과 함께 그 작품의 인기 레코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의 묘미는 똑같은 곡을 연주자마다 어떻게 다르게 해석하는지 비교해보는 것인데, 이렇게 한 작품의 여러 레코딩을 모아서 들을 수 있으니 너무 좋았다.


애플뮤직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차이를 알 수 있다. 즉 애플뮤직에서는 애플뮤직클래시컬의 '트랙'(각 악장)만 보관이 가능하고 '레코딩'이나 '작품'은 보관할 수 없는 형식이다.



2. 작곡가의 중요성 반영한 UXUI

앞서 말했듯 클래식 음악에서는 작곡가가 매우 중요하다.

애플뮤직의 경우, 보관함에 작곡가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보관한 노래의 작곡가가 자동적으로 들어가는 형식이다. 멜론의 경우, 작곡가 페이지는 없고, 작곡가도 아티스트처럼 팬맺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팬맺은 아티스트와 섞여 "팬맺은" 페이지에 들어간다.

두 서비스 모두 바흐의 페이지로 들어가보면, 가장 상단에 최신 발매된 앨범이 노출된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아티스트 페이지와 분리하여 내가 즐겨찾기한 작곡가만 따로 보관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애플뮤직과 다르게 이미지 썸네일도 UI에 추가하였고, '작곡가'라고 적어놓은 것도 다른 부분이었다.

또 재밌었던 부분은, 애플뮤직 클래시컬에서는 새앨범이 아닌 바흐 대표곡이 상단 노출된다. 클래식 작곡가는 사실 새앨범이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바흐가 신곡을 써서 내는 것도 아니니까..) 애플뮤직과 멜론과는 다르게 대표곡을 가장 먼저 보이게 한 점이 좋았다.



3. 새로운 곡 탐색하기 - 둘러보기

보관함 다음으로 좋았던 둘러보기

클래식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전공자는 아니라 많은 곡을 알지는 못한다. 특히 클래식에서 "신곡"은 거의 없으니까 새로 마음에 드는 곡을 항상 찾아 떠나곤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아서 늘 듣던 곡들만 듣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뮤직 클래시컬의 둘러보기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곡을 찾기 정말 좋았다.


주로 클래식 음악을 찾을 때 시대별 (바로크, 고전 등) / 작곡가별 / 장르별 (실내악, 오케스트라, 성악 등) / 악기별로 찾는 데 애플뮤직클래시컬에서 이러한 방법에 딱 맞게 음악을 찾을 수 있게 설계해줘서 빠르고 쉽게 지금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찾을 수 있었다.


클래식 음악의 특성을 반영한 UI


1. 폰트 사이즈

클래식 곡 제목이 대부분 길어서 애플뮤직에서는 한 눈에 곡 제목 파악이 어려웠다. 위 애플뮤직 캡쳐를 보면 첫번째 이미지는 1악장, 두번째는 2악장인데 이를 알 수가 없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에서는 폰트 사이즈를 줄여 한 눈에 제목 확인이 가능해져 몇악장인이 바로 알 수 있어 너무 편했다.

또 재생화면을 다 화이트 배경으로 한 것도 클래식 음악에 맞는 깔끔, 세련된 무드를 반영한 UI라고 느껴졌다.


2. 폰트 - Serif 체 활용

클래식 음악의 고전적인, 고급스러움을 살리기 위해 Serif체를 부분 활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 UI에서 99% 고딕체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명조체는 보기가 어려운데, 클래식 음악앱에 맞게 곡 제목에 명조체를 활용하니 독특하고 예뻐보였다.


3. 곡 길이

대부분 3-5분 내외로 노래 길이가 비슷한 대중음악과 다르게 클래식은 3분짜리 곡도 있고 30분짜리 곡도 있다. 이렇게 곡 길이가 정말 다양한 만큼 애플뮤직클래시컬에서는 곡을 틀기 전에 곡 길이를 미리 알 수 있도록 반영한 점을 볼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며

결국 애플 뮤직 클래시컬은 애플 뮤직에는 없는 새로운 음원을 제공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로지 클래식 음악의 탐색과 분류에 있어 더 적합한 UX설계를 위해 새로운 앱을 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애플이 UX를 정말 중요시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UXUI분석이 더욱 재밌는 앱이어던 것 같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별개의 앱이지만 애플뮤직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 부분이 나에게는 엄청나게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사실 애플뮤직 클래시컬은 2021년 애플이 클래식음악앱 primephonic을 인수하고 출시한 앱인데, 난 primephonic이 서비스 중지하기 전까지 멜론과 primephonic을 모두 유료 구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애플뮤직만 구독하면 기본 음악앱, 클래식음악앱 모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난 아마 멜론을 해지하고 아예 애플뮤직으로 넘어갈 것 같다. 애플이 클래식앱 출시로 나같이 클래식 음악애호가들은 확실히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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