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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Jun 08. 2024

#6 꼬막 비빔밥 니가 뭐라고..!

추억은 언제나 과대포장일지도...

   

아마 5년은 더 지난 것 같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반가운 메뉴를 보게 된 것이.

꼬막 비빔밥이 그것이다.

겨울, 꼬막을 채소와 함께 참기름 듬뿍 뿌리고 새콤달콤 매콤하게 비벼 한 입 넣으면 환상이지 않은가!


휴게소 메뉴라 별 기대 없이 받아 든 꼬막 비빔밥은 꼬막의 양이며 푸짐한 채소며 모든 게 상상을 뛰어넘는,

딱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한때 유행했던 어느 요리연구가의 멘트가 생각난다고나 할까.

“얼마나 맛있게요!”    

 

그 후로 일 년에 한두 번은 그 꼬막 비빔밥 이야기를 남편에게 한다. 그러다 어제 볼 일 생겨 집을 나서며 그 휴게소를 지나가냐고 물었다. 그렇게 되면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혼자 다음을 기약했었다. 차가 고속도로를 달린 지 1시간은 지났을까. 깜빡 졸다 일어난 내 눈앞에 휴게소 이정표가 보인다. 바로 그 휴게소다. 남편이 내 말이 마음에 남았었나 보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식당으로 향하는 내 마음은 잠깐이지만 생각이 많다.

‘예전처럼 그 맛을 유지하고 있을까? 몇 년이나 지났는데 그대로 나올까? 먹고 괜히 실망하는 거 아닐까?’

그래도 왔으니 먹고 보자.  

   

마치 그런 기분이다. 비교의 차원이 다르겠지만, 젊은 날 헤어진 첫사랑을 만날 수 있다면 만날 것이냐? 아니면 추억으로 남겨둘 것이냐? 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다.

음.... 이미 난 만나겠다고 결심했다. 곧 만날 꼬막 비빔밥과의 재회는 어떨까?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띵 똥’ 소리에, 드디어 너를 찾으러 간다.

    

콩나물과 김 가루가 얌전히 올려진 밥을 담은 대접 옆에, 알록달록 채소가 한 접시 빙 둘러서 가지런히 담겨있고 그 중앙에 꼬막이 소복이 담겨있다. 채소를 옮겨 담고 초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본다. 먹음직스럽다. 입꼬리가 올라가며 침이 고인다. 골고루 한 숟갈 넘치게 담아 한입 가득 넣어본다. 맛있다. 오길 잘했다. 둘러서 가는 이 길을 와 준 남편에게 고맙다.  

    

문득 생각이 든다. 지금, 이 맛이 그때 그 맛이 맞는지. 내가 기대했던 맛이 이것이었는지. 어쩌면 그냥 추억을 먹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 보면 5년 전 그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의외의 메뉴 꼬막 비빔밥을 만난 것부터가 기분이 좋았고, 남편과 ‘휴게소 음식이라 하기엔 가격대비 너무 잘 나온다, 맛있다.’ 등 계속 후한 점수를 주며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음식도 좋았지만, 그날 기분 좋은 식사가 주는 만족감과 행복을 남편도 나도 느꼈던 같다. 그래서 두고두고 생각이 났던 것이리라.

      

맛있는 음식은 마음만 있으면 너무나 쉽게 찾아서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굳이 그 먼 휴게소의 음식 하나가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음식과 함께 누군가와 함께한 행복한 순간이 너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도 어디로 갈 것인가’보다 ‘누구와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처럼, 음식도 ‘어떤 음식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먹을 것인지’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날 평범한 꼬막 비빔밥이 특별해진 이유도 그 누군가가 함께했기 때문에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자리했을 것이다.

      

아! 꼬막의 양은 좀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참 맛있게 먹고 왔다.

추억을 양념처럼 솔솔 뿌려 냠냠 먹어서 그런가 보다.     



#꼬막비빔밥#휴게소#추억을양념처럼#소행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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