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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RDY Jun 11. 2024

#7 난 이렇게 단골이 되어가고 있다

A 카페 이야기-1 새로운 인연이 시작


언제부터인가 자주 찾는 카페가 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A 프랜차이즈 카페.  집 근처의 대형 병원 건물 1층, 제일 바깥쪽에 자리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카페라는 간판이 무색하게 어지간한 일반 카페보다 작다. 나 역시 공간이 주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듯해서 어쩌다 한 번씩 손님을 만날 때 들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살다 보면 엉뚱한 곳에서 계기가 만들어져 새로운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평소 자주 찾던 카페가 갑자기 브랜드를 바꾼다며 1달 공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혼자 공부하기도 좋고 좋아하는 라떼도 할인이 되는 곳이라 서운했지만 다른 카페를 찾아야 하는 숙제가 더 곤란하게 다가왔다. 집 가까이에서 편하게 몇 시간 있을 수 있는 곳이 어딜까를 고민하던 중 토요일 오후 A 카페에 혼자 가게 되었다.

     

시간이 4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돌아서려는데 혼자 있던 직원이 오늘은 토요일이라 6시까지만 영업을 하는데 괜찮으시냐고 말을 건넨다. 처음부터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답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직원의 말투가 자꾸 생각이 난다. 형식적이지 않고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아직 2시간 가까이 남았는데 미리 얘기해 주는 그 마음이 고마웠다.  

    

그리고 그날 이후 가끔 카페를 찾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생이 없을 때는 카페 주인이 커피를 주문받으며 한 마디씩 말을 건네는데 부드럽고 참 편하다. 한번 두 번 눈에 익고 늘 같은 커피를 주문하니 센스 있게 좀 더 맛있게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할인을 해 주는 통 큰 서비스를 해 준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2~3 시간이 금방 후루룩 간다. 가끔 카페 주인이 자리를 비울 때가 있다. 계산대 뒤쪽에 주인만의 밀실이 있는 듯하다. 아르바이트생이든 카페 주인이든 혼자 근무를 하니 빈자리가 금방 표가 날 수밖에 없다. 웃긴 건 언제부터인가 손님이 들어와 직원이 없어 당황해할라치면 나도 모르게 일어나 카페 주인을 찾아 밀실에 대고 부르고 있다는 거다. 그리고 곧 오실 거니 잠깐만 기다리라며 손님을 붙잡아 두고 있다.   

   

어제도 써지지 않는 글을 들고 카페를 찾았다. 주 손님이 병원을 찾는 사람이다 보니 토요일 오후는 한산했다. 카페 주인은 화장실에 가고 카페엔 내가 두드리는 노트북 소리와 잔잔한 음악만 흐르고 있었다. 하필 그때 문이 벌컥 열리고 손님이 쓱 들어온다. 너무 조용한 카페를 두리번거리는 손님을 보자 또 카페 주인을 찾아준다. 페 주인의 흘리는 듯한 말이 들린다. “가게를 봐주고 계셔서…….”

   

이렇게 나는 단골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단골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특정한 가게나 거래처 따위를 정해 놓고 늘 찾아오거나 거래하는 사람’(다음 사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조금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단골은 그 가게나 주인과 약간의 어려움 혹은 곤란함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냥 어쩌다 한번 가는 손님이었을 때는 주인 없이 빈 계산대를 보면 불성실한 사람인가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 자리를 비우는 주인의 빈자리를 메꿔주려고 한다. 그냥 가는 손님은 마치 내 가게를 찾았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같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마 내가 커피를 사며 돈만 지불한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내어주고 있었나 보다. 좁아 보이기만 했던 카페도 이제는 아늑하게 보일 정도다. 물론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카페 주인의 친절과 배려가 먼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단골이 된다는 것은 일단 내 필요가 충족되는 것이 먼저일 테니까 말이다. 나 이렇게 점점 단골이 되어 가는 거 맞지?



#A카페이야기#첫번째#새로운인연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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